환경

살림하며 마음과 자연과 몸 살림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 2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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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은 죽임의 반대말이죠. 가사노동은 ‘살리는' 행위라는 의미인데요, 우리 선조들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올바르게 평가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용어입니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월 300만 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직장도 가졌고, 가사도 거의 도맡아 하는 워킹맘인 저는 제법 가치창출을 많이 하는 고소득자라고 볼 수 있겠군요.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이 남성의 3배라고 하네요. 약간 투덜이 모드로 글이 흘러가려 하는군요! 다시 돌아와 살림의 가치에 대한 글을 적어보려 해요.


1. 마음 살림

제게 살림은 마음의 정결함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시간 무질서한 모습이다가 깨끗하게 정돈된 집을 보면, 혹은 미루고 미루던 설거지를 마침내 하고 나서 주방을 보면, 마음이 더없이 맑아지는 느낌이더라고요. 나이가 들면서, 또 일에 치이면서 이런 기쁨을 추구하기에 너무 체력이 달려서 나 몰라라 하게 될 때도 있지만요. 때때로 이러저러한 일로 마음의 고통을 겪다가 좀 회복되는 시기가 오면, 혹은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되면 저는 화단이든, 집안이든 청소를 한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집안일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좀 생겼으면, 할 때도 있었어요. 집을 좀 치워볼까, 하면 자다 깨서 울고 놀아달라고 울고, 아장아장 기어 다니며 온 집안 물건을 탐색하고 다니는 아기가 있는 집은 깨끗할 겨를이 없으니까요. 나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무질서한 집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력감과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다가, 잠시라도 집안일을 할 시간이 생기면 그게 그렇게 반가웠던 것 같아요.

오늘은 현충일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하려고 보니 어제 남겨둔 집안일이 눈에 밟혀 새벽 5시부터 살림을 좀 했습니다. 온 집안을 쓸고, 빨래 갠 것도 옷장에 넣고, 겨울용 두툼한 목단이불 빨래(를 이제야;;) 한 것도 커버를 씌워 이불장에 넣어놓고,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좀 가지런히 하고 나니 몸에 땀이 조금 나네요. 아이들 깰까 봐 어제 점심과 저녁에 쌓인 설거지는 아직 못했어요.


2. 자연 살림

AI전문가들이 가사노동의 40%가 10년 내 절감된다는 전망을 하더라고요. 저희 집에도 집안일의 자동화를 돕는 기기들이 제법 있어요. 로봇청소기, 빨래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건조기가 신세계라면 식세기는 신세계 본점이다’는 말도 있다 하더라고요. 그만큼 편하니까요. 사실 세탁기가 없던 시절 빨래는 얼마나 고된 노동이었을까요.

그런데 저는 좀 미련하게 느껴질지라도, 자연을 살리는 살림도 중요하고 가치 있다 생각해요. 그래서 로봇청소기 대신 싸리비와 물걸레, 건조기 대신 건조대를 사용하고, 식기세척기 대신 손으로 설거지를 하죠.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요.

싸리비는 잡화점에서 5,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2.1. 전기 절약하기

아날로그 방식의 살림은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일단 가장 큰 것 같아요. 습한 여름철에는 건조기를 처음 한 시간 정도만 돌려서 습기를 어느 정도 제거한 후 빨래 건조대에 널면, 빨래에서 냄새도 안 나고, 전기도 아낄 수 있어요. 건조대에 가지런히 펴둔 상태로 마른빨래를 갤 때는 마음의 구김살도 펴지는 느낌이라니까요. 게다가 건조기를 계속 사용하면 직물도 망가지기 쉬우니까요. 물론 요새는 건조기가 잘 나와서 직물 손상은 많이 없다고는 합디다마는.

그리고 로봇 청소기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소음을 내며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싸리비로 쓱쓱 쓸면 10분 이내에 먼지 청소를 할 수 있어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거나 먼지가 특별히 많이 쌓였다면, 게다가 물걸레질을 할 만큼 시간적, 육체적 여유가 없다면, 싸리비에 물을 살짝 묻혀 비질을 해보세요. 물걸레질을 한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답니다. 아름다운 전기요금 고지서는 덤이에요.

평균 대비 사용량 수치를 확인하며 늘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


2.2. 수질 오염 최소화하기

빨래를 할 때에는 세제의 양은 조금 줄이고 베이킹소다를 함께 넣어보세요. 세제의 화학물질이 수질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아토피, 비염, 경피독 등 온갖 질병을 유발하기도 하잖아요. 베이킹소다는 식재료여서 안심할 수 있는 데다가, 흡착력과 탈취 효과도 뛰어나서 빨래의 얼룩과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줄 수 있답니다.

같은 이유로 빨래를 헹굴 때 저는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를 써요. 세제의 염기성을 산성인 식초가 중화시켜 토양과 수질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세제의 잔여물도 말끔히 씻어내고 소독하여 몸에도 안전할 테니까요.  참, 린스 대신 식초를 물에 희석하여 머리를 헹구는 것도 경피독 및 탈모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랍니다! 게다가 식초는 단백질을 재배열한다고 하더라고요. 머리카락이 굉장히 매끄러워져요. 식초의 냄새가 남아있지는 않냐고요? 빨래 헹굴 때도, 머리를 헹굴 때도 희석하여 쓰기 때문에 시큼한 냄새는 거의 안 나요. 조금 나더라도 곧 휘발되고요.

 

 
3. 몸 살림

밥그릇을 싹싹 비우고 참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파이까지 한 조각 다 먹어버려 배가 더부룩하신 상태이실 때는, 소화제를 드시는 것 대신 설거지나 청소를 하는 것도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훨씬 칼로리 소모를 많이 할 수 있지요. 움직이면서 몸의 온도도 올라가 행복감도 올라가요. 체온이 낮을 때 염증 수치가 올라가기 쉽다고 하잖아요. 비싼 돈 들여 운동기기를 들여놓는 대신, 식세기 사용을 몇 번 포기하는 것이 여러모로 훨씬 경제적일 것 같기도 하네요. 집의 공간도 한결 넓어질 것 같고요. :)


오늘 아침에는 살림을 하며 살림에 대한 글을 써보았어요. 이제 슬슬 설거지를 시작해야겠어요. 친정 엄마가 아이들 눈 뜨면 바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는데 제법 많이 기다리실 것 같네요.

여러분도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살리는 하루가 되시길 바랄게요.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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