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원별곡 2024 - 인지 편향과 주입식 교육과 스마트폰 중독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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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아리요 스리 스리예
아주아주 먼 길을 왔네
아리 아리 아리 공부 고개를
오늘도 넘어간다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
국, 영, 수를 우선으로 해야
아리 아리 아리 인정받고
일류 대학으로 간다

소리가 나지 않는 전화처럼
난 아무 표현 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학교 종이 땡 하고 울리면서
우리들의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

모두의 친구는 모두의 적
모두가 서로 모두 밟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이렇게 싸우다가 누가 살아남나
가엾게 뒤로 처진 자는 이젠 뭔가

(중략)

왜 내가 알고 싶은 사실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가 없나
내가 수학 시간 공부했던 방정식
그게 어떤 도움이 되나
만일 영어 시험에서 백 점 맞는다고
아메리카 맨과 말이 통하나
우리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렇게 하나
나는 모르겠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중략)


어디서 무얼 하다 이제 돌아와
아직도 숙제 안 하고
나중에 넌 뭐 할래
어기적 거리다가 남들 다 갈 때
너 혼자 인생 망치고
낙오자 돼 뭐 할래

난 아주 변함없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다 (살다) 잠이 든다 (든다)
꿈속에서 난 새가 된다
하늘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간다
어느새 나타난 우리 부모님과
선생님이 나를 향해 총을 쏜다
피를 흘리며 나는 떨어진다
그리고는 땀에 절어 잠을 깬다

중간고사 나 한번 잡아봐라
기말고사 화나면 잡아봐라
내신성적 화나면 이겨봐라
수능시험 내가 일등이야
딴생각들은 집어치워
그저 시키는 대로만 달달 외워라
난 컴퓨터가 될 거야
이러다 미쳐버리고 말 거야

 
(후략)
 
- 젝스키스 <학원별곡>
 
 
1997년 발매된 노래입니다. 2024년과 전혀 다를 바가 없네요. 아, 두 가지 정도는 상황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첫째, 젝스키스는 "왜 내가 알고 싶은 사실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가 없나/ 나는 모르겠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라고 노래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은 알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이름 석 자 쓰기도 전에 영어유치원이며 학원에 다니며 온갖 지식을 머릿속에 넣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생각할 힘도, 혼자서 무언가를 결정할 힘도 없어진 듯합니다. 과습으로 뿌리가 썩은 식물 같달까요, 아니면 수액에 의존하여 연명하는 식물인간 같달까요. 더러는 더 이상의 배움이 필요 없다고 착각하여 근본적으로 배우려는 의지를 상실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이러한 현상을 안다는 느낌(the feeling of knowing, 많이 들어본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실수) 및 유창성 착각(fluency illusion, 반복 노출로 인해 익숙해진 것뿐인데 지식과 기술에 통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부르더군요. 인지 편향 및 지적 겸손의 상실로 인해 배움이 불가능해진 '학습불능' 상태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둘째, 예전과 달리 "그저 시키는 대로만 달달 외워라 난 컴퓨터가 될 거야"라고 더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외워도 인공지능에 비견될 만한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CPU 성능으로 따지면... 우리의 암기력은 철물점에서도 안 받아주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슬프게도 노랫말이 쓰인 1997년과 2024년도의 공통점은, "그저 시키는 대로만 달달 외워라"라고 말하는 소위 '집어넣는' 교육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의식이냐 모둠별 협동학습이냐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학습자 중심의 훌륭한 강의식 수업도, 답정너에다가 심지어 배움이 잘 일어나지도 않는 협동학습도 엄연히 존재하니까요.) 검색하면 온갖 정보가 다 쏟아져 나오고, 지식의 반감기가 점차 빨라지며, "영어 시험에서 백 점 맞는다고 아메리카 맨과 말이 통하나"가 아닌, "영어 시험에서 0점 맞아도 아메리카 맨과 어플로 대화할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지식을 서로 다른 맥락에서 꺼내어 연결 짓고, 표현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덧붙여, '난 아주 변함없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다 잠이 든다'는 부분에서 젝스키스가 노래한 창살 없는 감옥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1997년 당시 창살 없는 감옥은 야간자율학습, 독서실, 학원 등을 지칭했던 것 같은데, 이제 우리 아이들은 사이버 감옥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갇혀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상태로' 몇 시간이고, 몇 날이고 전두엽 스위치가 꺼진 상태에서 보내고 있으니까요.
 
 

출처: 픽사베이

 
 

우리들의 학원별곡은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2학기에 어떤 수업을 해야 할지,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해야겠습니다.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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