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업 분석 시 심정적 어려움을 대니얼 카너먼의 이론으로 해결 받다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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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성토대회를 오늘은 좀 더 논리적으로 풀어 설명해볼까 한다.
 
https://hn47749.tistory.com/360

 

교사 블로거의 소제목으로 어그로 끌기

#1. 글쓰기 총량의 법칙? 오늘 뽑아낼 수 있는 글은 보고서 쓸 때 다 뽑아낸 것인지,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기까지^^; 네 시간 이상 소요되었고, 쓰다가 갈아엎었다가 다시 가닥을 잡아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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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상 용이성

 
학원에서 내신 대비가 어려워 힘들다는 푸념은, 실은 들어 본 지가 좀 됐다.
 
한 6~7년 전에 어떤 아이가 학습지 검사를 받으러 나와서는 내게 말했다.
 

선생님, 우리 학원 선생님이 선생님 보고 미친 X이래요.

 
 
몇 년이고 두고두고 인용하는 걸 보면, 나의 뇌리에 상당히 깊이 각인된 사건임에 분명하다.
 
학원에서 내신 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다행히도 괴상하고 요상 야릇한 문제를 낸다는 뜻은 아닌 듯하고) 전형적인 빈칸 뚫기, 이해확인, 요약문을 출제하지 않고 학습 내용을 재구성하여 진행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이다. 에세이 구조를 분석하는 문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글쓰기를 하게 해야 하니 글을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야 하고, 글 쓰는 법을 가르쳤으니 평가 문항도 출제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A를 실컷 가르쳐 놓고 B를 출제하는 것은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글의 구성 방식을 묻는 문제 유형은 작년과 재작년, 혹은 그 전 해와 다를 바가 없는데, 그 때 그 때 분석의 대상이 되는 예시글이 달라서 분석의 결과 학습한 내용과 평가 문항이 매번 새롭다. 학원 선생님들은, 힘드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순간 충실히 수업을 듣고 성적이 오른 아이들이 '영어는 수업을 잘 들어야 돼.'라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고, 나는 지금도 그 말을 듣는 것을 무척 기뻐한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선호하시는 다른 영어 선생님께서 부임하시자 인근 학원가에 '00고에 제2의 000(내 이름이며, 맥락상 ' 말이나 행동이 실없거나 도리에 벗어나는 여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의 의미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가 나타났다'고 소문이 돌더라며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고,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출처: 픽사베이

 
 
 
 
 
 
 
몇 년을 겪어왔으니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한데, 이번에는 왜 유독 아이들의 그 말이 힘겨웠고, 해당 학급 학생들이 죄다 수업을 열심히 들을 생각은 없이 교사만 탓하고 있는 것처럼 감정 반응이 올라온 것일까? 사실 학원에서 하는 내신 대비가 어려워서 선생님 수업이 힘들다는 말을 한 아이는 해당 학급의 수업 성찰지 응답 학생 22명 중 세 명에 불과했고, '수업을 좀 더 집중해서 들어야겠다',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응답을 한 학생은 일곱 명으로 두 배가 넘는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학원에서 시험에 대비하기가 힘들다'고 답한 후 뒤이어 '수업을 좀 더 열심히 들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을 방금 발견했다.
 
 
 

 
 
 
 
대니얼 카너먼의 '회상 용이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범주에 속하는 사례를 끄집어낼 때 막힘없이 쉽게 생각나면 그 범주를 크다고 판단한다고 한다.(<생각에 관한 생각>, p.200) 나는 회상 용이성으로 인해 편향된 사고를 하고 있었고, 혼자서 불편함을 못 이겨하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

 
 
 
 
 
 
 

#2. 회상 용이성의 응용

 
한편 대니얼 카너먼은 학생 집단을 여러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에는 수업 개선 방안을 적게, 한 집단에는 많이 나열하라고 했다고 한다.(이런 연구를 한 것을 보니 대니얼 카너먼 교수도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불평으로 속깨나 썩은 경험이 있는가 보다! 찌찌뽕입니다 대니얼 교수님~ㅎㅎ) 그런 후 수업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수업 개선 방안을 많이 나열하라고 요구한 집단의 수업 만족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회상이 용이하지 않아서, 즉 몇 개 쓰다 보니 더는 수업을 개선해야 할 점을 찾기가 어려워져서 오히려 '수업이 만족스럽게' 느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 학기 말에 학생들과 컨퍼런스 비슷한 것을 운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수업 만족도 개별 조사를 실시한 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의 장점과 개선점에 대해 자유롭게 말해달라고 하고, 나는 화면에 한글 문서를 띄워놓고 기록을 했다. 수업 개선점을 한두 개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열 개가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거의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로 맴돌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다른 개선점을 더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활동이 끝났을 때, 학생들의 표정이 매우 밝았으며, 나도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것이 교사인 내가 학생들의 요구사항 '경청'하고 수업을 '개선하려는' 태도가 학생들의 수업 자체에 대한 태도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만 생각했는데(물론 이것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회상 용이성'이라는 심리학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만일 이번에도 학생들과 이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종이를 뒤적이며 혼자 부글부글 열낼 일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배움의 기쁨이고,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문제를 말로 풀어 설명하고, 왜 그러한 일이 벌어졌는지를 인지적으로 이해하게 될 때, 문제의 해결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문제해결적 사고를 훈련시켜 줄 수 있도록, 2학기도 화이팅이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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