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심성모형을 적용하여 글을 쓰며 글쓰기 수업에 대해 고민하기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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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성모형이란

 
심성모형은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이 공동 집필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언급된, 학습을 통한 숙련의 과정과 관련하여 소개된 개념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단계가 연동되는 과정을 지칭하지요. 예를 들어 어떤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법을 배울 때의 심성 모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악보의 조성부터 파악하고, 오른손 음계를 더듬더듬 짚어 나가며 멜로디를 익힙니다. 둘째, 왼손 반주를 익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연습합니다. 셋째, 양손을 함께 연주하며 반복 연습을 통해 곡의 기본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정도가 되게 합니다. 넷째, 악보에 나타난 템포와 셈여림, 이음줄, 스타카토 등 각종 부호를 반영하여 음악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 과정에 이르게 되면, 첫 번째부터 세 번째 단계는 손에 익어 의식적인 자각이 없이도 피아노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작업을 수행하게 되는 데 필요한 일련의 순서를 내면화 혹은 자동화하는 것을 심성모형이라고 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2. 지식의 저주?

 
제가 혹시 학생들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도울 만한 역량을 갖춘 좋은 교사라면, 그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제가 학습 속도가 느린 학습자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습득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편이어서, 교과 지식이나 기술을 처음 접하는 학습자들이 느낄 당혹감을 대체로 잘 이해할 수 있거든요. 한편 명민하고 학습력이 좋은 분들은 한 번 읽거나 들으면 이해가 철커덕 되어버리는 바람에, 학습자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내용이나 기술을 마침내 습득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지적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이게 이해가 안 돼?' 하며, 아이들이 쪼그라들게 만드는 눈빛을 보내게 될 수도 있지요.

 
 

출처: 픽사베이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이를 '지식의 저주'라는 다소 과격하게 들리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무언가를 잘 알아 통달한 상태일수록 가르치기는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난해한 지식이나 기술일수록 단계별 과정이 하나로 응축되엇 각 단계를 이루고 있는 세분화된 작업 기억이 흐릿해진 상태가 되어 이를 명시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악보상의 꾸밈음이 별도의 분리된 음처럼 들리지 않도록 부드럽게 연주하기 위한 손의 각도와 손목의 움직임, 각 손가락에 부여하는 힘의 강도의 차이나 변화를, 피아니스트가 초급자가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해내기란 아주 어려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 과정에 제법 익숙해져서 블로그 글 한 편을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손쉽게,라는 말은 도.저.히 안 나오네요) 완성할 수 있게 된 상태라면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차근차근 지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탁월한 개인 기량을 지녔으나, 지식 및 기술을 전승하는 선생님 혹은 코치로서의 능력은 출중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지요. 
 
 
 
 
 


#3.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3.1. 낯설게 봄으로써 관찰하기

 
이러한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 나 중간 과정을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으려면 의식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글쓰기 지도를 준비할 때, 자신의 글쓰기 순서를 되짚어보며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의식적으로 관찰하면, 내면화 되고 자동화 되어 숨어 있던 단계가 또렷해진다는 것이지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출처: 픽사베이

 
 
 
예를 들어 쭈꾸미를 씹어 삼키거나, 발레 시간에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을 심성모형으로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3.1.1. 심성모형 주꾸미 편: 주꾸미를 헛구역질 없이 잘 삼키는 방법

 
- 쭈꾸미를 가위나 칼로 잘게 자른다.
- (도구를 가지러 가기 귀찮거나 도구가 없는 경우) 충분히 씹어 덩어리 사이에 연결된 껍질이 끊어진 것을 혀로 확인한 후 첫 번째 덩어리를 삼키고, 나머지를 마저 씹어 삼킨다.
- (너무 배가 고프거나 씹기가 귀찮은 경우) 목 넘김이 조금 어렵더라도 큰 덩어리를 한꺼번에 넘기고 나머지는 위에게 부탁한다.
 
 
 

출처: 픽사베이

 
 
 

3.1.2 심성모형 발레 편: 발레 학원에서 나 혼자 동작을 틀리지 않는 방법

 
- 선생님께서 동작 시범을 보이실 때 무조건 몸으로 따라 한다.
- 몸으로 따라 할 때 동작의 이름이나 박자를 하나 둘 하나 둘 입으로 함께 따라 하며 익힌다.
- 다음 동작이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 반의반 박자 정도 늦게 동작을 시작하여 눈치껏 다른 수강생을 따라 한다.
 
 
 

출처: 픽사베이

 
 
 
 
이처럼 글쓰기를 잘 지도하기 위해 글쓰기의 과정을 심성모형으로 표현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완성하면서 거친 과정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나열한 순서대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순서가 뒤바뀌거나 이전의 과정을 반복해가며 글을 쓰는 일이 매우 빈번하기에 번호를 매기지는 않았습니다.
 

3.1.3. 심성모형 글쓰기 편: 잘 안 풀리는 블로그 글을 완성하는 법

 
- 퍼즐 조각 수집: 책의 내용과 관련된, 쭈꾸미 씹는 방법이나 발레학원 동작 틀리지 않는 법과 같은 재미있는 예시를 먼저 기록한다.
- 전체 윤곽 잡기: 위의 예시를 글의 어느 부분에 넣을지를 고려하여 글의 소제목을 작성함으로써 대강의 개요를 수립한다. 전체 제목도 구상한다.
- 살 붙이기: 관련된 책의 내용을 읽으며 메모해둔 것을 바탕으로 나의 말로 풀어 기록한다.
- 윤곽 다듬기: 필요한 경우 개요를 일부 수정하고 제목을 확정한다.
- 마지막 점검하기: 다시 한 번 읽으며 글의 통일성이 떨어지거나 중언부언한 내용,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다듬는다. 제목이 적합하고 충분히 매력적인지도 점검한다.
- 화룡점정 찍기:  맞춤법 검사를 하고, 관련된 이미지를 검색하여 넣은 후 글을 발행한다.
- 계속 수정하기: 발행한 글의 오탈자, 화면상의 어색한 줄바꿈 등을 수정한다.
 
 
 

출처: 픽사베이

 
 
 

3.2. 또래 선생님에게 도움 받기

 
한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는 또래 선생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모든 것을 익숙하게 알고 있는 교사보다, 현재 같은 내용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 심성모형에 대한 정확도 높고 명시적인 지도를 통해 성취를 이루어내도록 돕는 오히려 훌륭한 선생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지도할 때, 아무 것도 쓰지 못하고 고민 중인 학습자가 어디에서 어떤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지는, 방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동료 학습자가 더욱 적실하게 파악하고 도움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수립하고 개요를 짤 때, 혹은 수학 문제를 풀거나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이해시킬 때, 동료 상호 피드백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네요. 심성모형을 충분히 세밀히 관찰할 수 없었던 지점에 대해 선생님과, 성취수준이 낮은 학습자 모두가 도움을 받게 되는 순간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4. 심성모형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시키기

 
한편 수학 공식을 잘못 적용하면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는 것처럼, 잘못된 심성모형을 대입하여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학습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 글의 첫 문장에 흥미를 끌어야 하는데 논제 문장 작성 요령을 적용하였다거나, 주제문장을 작성할 때 필요한 심성모형을 가동해야 하는데 뒷받침 문장을 작성하는 원리를 적용하는 등의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럴 때 학생이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잘 코칭해주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여기에도 우리 교사의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겠네요.
 
 
 
 
 
 
이상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제시된 심성모형 이론을 적용한 글쓰기 지도 방법 및 유의사항을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몇 년 만에 고등학교 3학년 수능특강 수업을 준비하느라 심성모형을 풀가동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
 
시원하고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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