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집회 참석차 이동하는 길에 한남동 관저 근처에서 목도한 일입니다. 경찰인력을 사이에 두고 두 집단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치하는데, 온 나라가 양분된 것이 한 눈에 보여 참으로 마음이 슬프고 괴롭더군요.
다음은 제가 당일 한강진역 근처를 오가며 들은 말들입니다.
#1.
"석열이 오빠 지켜야 돼.“
저는 무척 불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족이나 친밀한 연상의 남자, 혹은 흠모하는 스타 등을 애정을 담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호칭인 '오빠'라고 불러 마땅한 대상이 아니고 국민이 선출하여 대통령직을 수행하(다가 현재 직무 정지 상태에 있)는 공직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공직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성실하고 청렴한 자세이지, 어떤 일을 저질러도 눈감아주고 편들어 감싸고 보호해주는 충성스런 팬덤에 의지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2.
제가 당일 오후 귀가길에 들은 두 번째 말입니다. 단상에서 마이크를 들고 진행하는 분의 이야기였습니다.
”(민주노총이) 경찰을 죽창으로 찔러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진행자가 다음과 같이 발언을 한 시점은, 경찰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인터넷 글이 가짜뉴스였음이 밝혀진 지 한참이 지난 오후 6시경이었습니다.
https://v.daum.net/v/20250105131204006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 진행진은 시위 참가자가 날카롭게 다듬은 죽창으로 눈을 찔린 경찰이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자극적인 내용의 허위 사실을 언급하며 지지자들의 감정을 격앙되게 만들더군요.
선동[煽動]: 남을 부추기어 어떤 사상을 갖게 하거나 행동을 하도록 조장함
- 출처: 다음 국어사전
사실에 입각한 정당한 논증이 아닌 '선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저는 또 한 번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3.
지나가면서 제가 들은 세 번째 말입니다.
”빨갱이를 사형하라.“
제 손에 들린 종이를 보더니 붉은색 팻말을 손에 든 남성분께서 저를 노려보며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법의 집행을 거부하는 고위공직자를 규탄하러 나간 시민이며, 빨갱이가 아닙니다.
자신과 정치적 상황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태도에 저는 마음이 더욱 괴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지층에 기대어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위험으로부터 나라를 지키자고 호소하고 있는' 국가의 수장에 대해 매우 분개합니다.
나라가 조속히 안정화 되기를 기원합니다.
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도 공직자로서 더 잘 처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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