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미운 털이 박힙니다. 비난과 공격을 시작합니다. 그 사람의 노력도 잘하려고 애쓰는 면도 무조건 비난하고 조롱합니다. 그 사람을 지지해주는 사람도 함께 마녀사냥 합니다. 그 사람이 죽어야 우리들은 직성이 풀립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우리 공감와 애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입니다. 김새론 씨와, 또 누군가를 향했던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사람은 굉장히 잔인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의 잔인함
SNS를 포함한 각종 미디어는 이러한 인간의 잔인함을 증폭시킵니다. 노리나 허츠를 포함한 수많은 학자들이 밝힌 바와 같이 SNS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최악의 요소들을 전염시키는' 공간이 되었으며, 현대인의 고립감과 우울감을 심화시킴으로써 현대 사회의 전반적인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횡행하는 각종 괴롭힘 행위를 지칭하는 다음의 신조어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 낚시질(trolling) -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인터넷에 의도적으로 올리는 행위
- 신상털기(doxxing) - 괴롭힘을 목적으로 주소 등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퍼트리는 행위
- 스와팅(swatting) - 이러한 신상털기로 얻은 정보를 이용해 경찰에 인질로 붙잡혀 있다고 허위 신고를 함으로써 특수 기동대가 특정인의 집에 출동해 그를 체포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173면에서 발췌
또한 이러한 폭력 행위가 난무하는 미디어의 사용을 앱 당 10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페이스북 앱 삭제는 심리치료를 받는 것과 최고 40%까지 동일한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노리나 허츠는 인용합니다.
우리들의 잔인함
우리는 미디어를 통한 폭력을 경험합니다. 또한 그 폭력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과 청년의 7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불쾌한 메시지 발송하기, 가짜 이름으로 악플 달기, 제삼자를 조롱하려는 의도로 무언가를 누군가와 공유하기'와 같은 학대 행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고 합니다. (<고립의 시대> 175면 참조)
김새론씨를 향했던,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생활고를 호소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진에는 쇼한다고 비난하고, 사랑꾼의 면모를 보이는 사진에는 조롱을 하였습니다. 언론과 SNS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김새론 씨를 괴롭혔습니다.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면 우리는 '클릭'하여 조회수를 올리고, 퍼나르며 자극적인 후속 기사를 유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살아보려고 보이는 모든 몸부림과 생명에의 의지를 잔인하게 꺾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로 하여금 '온몸으로 총알을 맞는' 기분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됩니다.
살리는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겠다면, 죽이는 말만은 멈춥시다.
폭력이 아닌 유대감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교육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간음하다가 붙잡힌 여인에 대하여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마음에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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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새론 씨를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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