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나의 손실 회피 전략과 고흐의 쉽지 않았던 선택

글을써보려는사람 2025. 4. 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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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4부 선택 장에는 전망 이론이 소개됩니다. 어떤 선택이 이익 또는 손실 중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에 대한 판단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카너먼은 우리가 이익을 좇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내리는 경향성이 있다는 분석을 하는데요, 이를 손실 회피 전략이라고 명명합니다. 

 

예를 들어 피곤한 저녁에 졸음을 참고 글을 쓸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글을 쓸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글쓰기의 효용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 한 편의 글을 완성함으로써 내적 성장을 이루었다는 성취감
  • 자신 및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만족감
  • 글이 자신과 타인의 삶에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유익

 

 

 

쉬운 선택

 

한편 글을 써보려던 사람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하여, 습관을 따라 일단 시작한 글을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있습니다.

 

  • 완쾌되지 않은 허리 통증
  •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감
  • 내일의 업무 수행에 대한 염려


글쓰기 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손실'에 대한 고려에 해당하겠지요. 그리고 대니얼 카너먼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위에서 글을 써보려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글쓰기에 기울이는 노력의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지라도 말이지요. 

 

예. 제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좋은 글을 쓰는 데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더해지는 날에는 본능과 직관(!)을 거슬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판단을 내리기가 더욱 힘겨워지는 것 같습니다.

 

 

 

쉬운 선택의 결과

 

결과적으로 저는 글도 남기지 못하였고, 당일 밤 깊은 수면을 취하는 데에도 실패하였습니다. '훌륭한' 선택 혹은 용기 있는 결정 혹은 '시스템 2의 가동'을 하지 못하였다는 가책이 저의 마음을 짓누른 결과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글을 쓰며 제가 추구하였던 결과물을 얻거나 지향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 우려하던 손실을 막아주지도 못하였군요. 

물론, 저의 결론이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도 손실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게다가 며칠 저녁과 이른 밤시간에 비교적 빈둥거리며 쉬는 시간이 저의 삶에 꼭 필요한 순간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요 며칠이 저에게는 그런 기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에 대한 고려

 

한편 글쓰기 활동을 건너 뛰기로 했던 저의 최근의 판단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리는 무수한 선택들로 그 범위를 확장하여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너무 힘겹지만 공부를 지속해나가겠다는 다짐(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 위험을 감수하기)
  •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이에 대해 예의 바른 태도를 견지하겠다는 결심(나의 선의가 조소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기) 

 



고흐의 쉽지 않았던 선택

다음은 빈센트 반 고흐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들을 보낸 생레미의 요양원의 방이라고 합니다. 당시 고흐는 매독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적신 착란 증세와 극도의 불안 상태 그리고 신체적 고통 속에 하루 하루를 버텨야만 했다고 합니다. 

 

https://algogaza.com/item/saint-paul-de-mausole/

 

 

 

그리고 고흐는 쇠창살이 쳐있는 창밖으로 '별 것 없는' 풍경을 바라보며,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을 상상하였고, 고향 교회의 첨탑을 상상하였고, 또한 하늘에 닿는 기도의 향기와 같은 사이프러스 나무를 상상하였습니다.

 

 

 

 

알코올 금단 현상으로 인해 물감을 들이킬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가운데에도, 고흐는 아름다움을 선택하였네요.

 

 

 

마음이 참으로 먹먹해집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저의 글의 결론은 손실을 감수해야만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현재 염려하고 있는 손실에 대한 고려가 미래의 전망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인지, 아니면 그저 불편함이나 수고로움을 외면하고픈 핑계에 해당하지는 않는지를 고려한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더 아름다운, 결정을 내려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평안하고 복된 밤과 아름다운 새 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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