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를 감상하는 아침입니다.
알폰스 무하는 당시의 유명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 이름을 날린 이래로, 여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작품을 다수 창작하였습니다. 여성 뒤로 보이는 원형 도상을 통해 후광을 표현하여 신성한 느낌을 부여하였다고 하지요. 다음은 <황도 12궁>이라는, 제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처음 접하고 가장 좋아하게 된 작품에서도 열두 개의 별자리를 그려넣은 원형 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각에 잠긴 듯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눈빛과, 보일듯말듯한 미소,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머리카락이 마치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관조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한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그림 상단의 좌우편에 잎사귀에는 붉고 작은 열매들도 맺혔고, 가지가 얽히고 섥혀 있습니다. 고통과 시련의 열매, 그리고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을 바라보며, 여인은 그동안 보이지 않게 흘렸던 눈물의 시간을 떠올릴 것 같네요. 다시 한 번 여인의 희미하지만 분명한 미소를 바라봅니다. 지낸 세월이 헛되지만은 않았다고, 잘 살아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은 알폰스 무하의 연작 <하루의 네 가지 시간> 중 <밤의 휴식>입니다.
특유의 원형 도상이 그림 속 액자의 모습인 뾰족한 아치 형태로 표현되어 있네요. 그림 속 여인은 자고 있습니다. 손등에 아주 살포시 얼굴을 기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깊은 잠에는 빠져들기 전인 것 같네요. 달도 이제 막 떠오른 것 같고요. 여인은 아마도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잠을 청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바람과 새들의 흔적이 꽃잎에도 남아있고, 왼편의 나무에서 뻗은 나뭇가지가 초여름 밤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휴식의 시간을 마치고 다시 새 날을 맞이하며 기지개를 켜게 되기까지, 지금은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온전한 쉼을 누리기로 한 모습이겠습니다.
하루의 시작에 <밤의 휴식>을 감상하는 저의 마음을 들여다 보니 아직 이불 속에 있고 싶은 것만 같네요. 실은 민족 화가로서 사명을 다했던 무하의 작품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고단함과 쉼에 대한 글만 썼습니다.
기회가 또 있겠죠. 오늘을 잘 맞이해야겠고요. 저의 자리에서 충실히 살다 보면 곧 또 평안한 밤을 누릴 수 있게 될테니까요.
어둔 밤 쉬 되리니 찬송가를 마음 속으로 읊조립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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