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공교육 멈춤의 날에, 나의 질문들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9. 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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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월 4일은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하신 서이초 선생님과, 또 최근 교권침해를 이유로 생을 마감하신 선생님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여러 교사 단체에서 지정한 공교육 멈춤의 날이에요. 공교육이 대체 왜 멈추게 되었는가를 고민하며 든 질문과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첫 번째 질문, 교사는 왜 우울할까?

 
선생님들이 자살을 하고 있어요. 서이초 선생님 돌아가신 얼마 후 양천구에서도 선생님이 자살하셨고, 지난 주말에는 용인에서 근무하시는 또 한 분의 선생님이 돌아가셨더라고요...

교육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교사는 50만 7793명으로, 한국 총인구수인 5180만 명의 약 0.98퍼센트에 해당하는 인구지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은,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4.1명이 자살로 사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또한 연령대별 자살률을 살펴볼 때 2021년 자살 사망자 1만 3,352명 중 80세 이상이 61.3명, 70대가 41.8명, 50대 30.1명, 60대 28.4명, 40대 28.2명, 30대 27.3명, 20대 23.5명, 10대 7.1명으로 나타났어요.

통계자료에서 70대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60대에 분포한 교사 자살률 자체가 높아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취지는 당연히 아니랍니다.
 
교사 집단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자살율이 더 높은지[혹은 최근 유의미하게 높아지고 있는지]의 여부도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확인을 해 보아야 할 것이에요.
 

그런데,

교사 집단의 자살률이 타 집단에 비해서 더 높은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청년들로 하여금 자살이 아닌 삶을 선택하고, 미래를 꿈꾸도록 교육하는 집단인 교사가 왜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가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교수학습 국제조사 기구가  OECD 34개 나라, 중학교 교사 10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2015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교사 응답자의 36.6%가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교사가 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OECD 34개 나라 중 우리나라는 스웨덴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낮은 것이지요.
 
출처:  https://ent.sbs.co.kr/news/article.do?article_id=E10006305050&plink=COPYPASTE&cooper=SBSENTERNEWS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유·초·중·고·대학 교원 6천7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2006년 67.8%에서 2023년 23.6%으로 줄어들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네요.
 
출처: 교사 5명 중 1명만 '다시 태어나도 교직 선택'…만족도 추락 | 연합뉴스 (yna.co.kr)
 
 

교사들은 본인의 직업을 더 이상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고, 마침내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근무한 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가 학교에서 목숨을 끊다니요.
 
 
 
 
 
 
 


두 번째 질문, 교육부는 왜 전쟁을 선포했을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7일 보도 자료를 통해 9월 4일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교원에 대해 파면, 해임 징계는 물론 형사고발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어요.
 
정부 "9월4일 서이초 교사 집회 참가 시 파면·해임도 가능"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newsis.com)

 

정부 "9월4일 서이초 교사 집회 참가 시 파면·해임도 가능"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일선 교사와 학교장, 일부 시도교육감들을 중심으로 다음달 4일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한 재량휴업 또는 집단 연가 파업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커지자 교

www.newsis.com

 
이리하여 동료 교사의 죽음으로 놀라고 황망한 마음들들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9월 2일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의 교사들이 집회에 참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어요.
 
"버스가 동 날 정도"... 2일 교사집회, 직전 5배 이상 신청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버스가 동 날 정도"... 2일 교사집회, 직전 5배 이상 신청

7차 집회 버스 총괄 교사 "교사 참여 위해 한 대라도 더 긁어 모으고 있다"

www.ohmynews.com

 
 
애도에 동참하고 함께 슬퍼하며 선생님과 학생들이 더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고민하자고 다독이는 대신, 교육부는 왜 학교와의 전쟁을 선포해야만 했을까요?
 
물론 9월 4일 교육부는 입장문을 통해 학교를 지켜달라는 호소를 하고, 징계가 아닌 선처(?)를 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지만......

https://v.daum.net/v/20230905153011928

 

“징계 없을 것” 백기 든 교육부··· ‘공교육 멈춤의 날’ 갈등 일단락

교육부가 지난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집단 연가·병가를 낸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파면·해임 등 중징계와 징계 거부 시도교육감 고발을 언급하며 강경한 태

v.daum.net


너그러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 선생님들의 마음을 어쩌면 더 씁쓸하게 만들었을 것 같기도 하지요...?

교육부가, 교육과 관련된 가치있고 건설적인 의사결정과 행정처리를 해나가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해요.
 
 
 
 
 
 



마지막 질문, 교사의 권위는 어떻게 하면 세워질 수 있을까?

 
권위[權威]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정당함과 공정함을 지칭하는 개념이라고 해요. 이는 일반적인 사실이나 상대의 의견은 무시한 채 기존의 권위에 기대어 사람을 대하거나 사태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지칭하는 권위주의[權威主義]와는 다른 개념이지요.
 
그리고 현재 교사들의 바람은 무소불위의 권위 및 권력의 회복, 즉 권위주의에 대한 열망은 아니라고 확신해요. 이미 그런 시대가 지났음을, 아이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교사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일단 요즘 아이들에게 명령은 안 먹히거든요.
 
무엇보다 진정한 권위는, 떼 쓴다고, 무력을 동원하거나 압력을 행사한다고 세워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잖아요. 교사가 교사로서 맡은 바 책임을 다 할 때 교사의 권위는 저절로 세워지더라고요.
다음은 제가 교사로서 스스로에게 권위가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의 예시예요.
 

  • 열심히 준비한 수업과 평가가 잘 진행되고, 학생들이 애써 배운 후 기뻐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때
  • 진로나 학교 생활이나 가정 생활 등 고민을 지닌 아이가 나와 상담을 한 후 마음이 한결 후련해진 듯한 모습으로 인사하고 돌아갈 때
  •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와서 선생님께 배운 내용이 대학교에 가서도 도움이 되었다고 얘기해 줄 때

 
그리고 저는, 교사가 이러한 권위를 잘 세워나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근무 환경을 원해요. 아마 집회에 참여하신 선생님들이 다 비슷한 마음일 테지요.


 
 
 
 
 
 

글을 맺으며

 
너무 이상한 일이에요. 너무 이상한 날이고요.
교사는 교사임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게 되었고, 세상을 등진 교사를 추모하는 일이 교사로서 지위를 박탕달할 수도 있는 일이 되었었고, 권위에 대한 소망이 권위주의에 잡아먹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너무 슬퍼요.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학생을 길러내는 학교가 되려면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와, 교육청과, 교육부와, 우리 사회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정당한 권위가 건강한 모습으로 세워져나가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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