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마음이 상한 너에게 (feat. 조직 내 갈등이 생겼다면)

글을써보려는사람 2023. 8. 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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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 모둠 조직 활동에서 친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풀죽은, 세상이 참 녹록지 않다는 것을 오늘 또 한 차례 느껴야만 했던 학생들을 보고 마음이 많이 어렵다.

특히 해당 학급 아이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학급 자율에 맡긴 모둠 구성 방식으로 인해 학생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좌절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관계의 어려움을 심하게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다른 학급에서는, 동일한 방법이 전혀 문제 없이 원만하게 진행되었던 터라 오늘 느낀 당혹감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기다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모둠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기로 한 이상, 아이들이 자율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이는 자녀들이 말다툼을 하는 상황이나 일반적 대인관계 속 갈등 상황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하나의 장난감을 놓고 실랑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바로 장난감을 박탈해 버리는 벌을 내리거나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사이가 틀어진 두 개인 사이에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성급한 중재를 시도하면 오히려 일을 크게 만들거나 그르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일단 당사자 사이에서 원만한 합의가 되도록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크고 작은 갈등을 통해 우리는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기 때문에 특히 어린 아이들 간 문제가 생긴 경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당사자들에게 “너희는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야.“ ”두 분이 지혜롭게 잘 결정하실 수 있을 거예요.“와 같은 말을 해줌으로써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의 원만한 해결이라는 공동 목표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도록 돕는 것도 매우 유익하다.



둘째, 적절한 시기에 개입해야 한다.


갈등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조짐이 뚜렷하게 감지되는 경우에는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상황을 중재할 필요가 있다. 시기도 중요하지만, 중재 방식은 더욱 중요하다. 중재자는 갈등 당사자의 필요 및 요구를 경청함으로써 상황을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치우치지 않은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때 구성원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나의 교실 상황의 경우, 학생 자율에 의한 모둠 구성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모둠구성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다. 이 때 ‘학생 자율 모둠 구성’이라는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둠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 등 새로운 의사 결정의 필요성 및 당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고 구성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또한 변경하는 방식도 기존에 합의했던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보다는 적당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학습에 흥미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 친구들 몫까지 독박을 쓰는 대신 학습 의욕과 성취도가 높은 친구들끼리 모여 좀 더 수행평가를 수월하게 하고 싶은 아이들과,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는 아이들의 서로 상충하는 욕구가 골고루 충족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반드시 함께 하고 싶은 친구 한 명은 자율적으로 구성한 상태에서, 다른 짝꿍 한 쌍은 제비뽑기를 하는 방식은 어떨까? 그렇게 하면 소외되는 친구들도 갈 곳을 찾고, 마음 맞는 친구와도 함께 할 수 있으며, 잘 하는 아이들이 쉽게만 가고 싶은 (본능적이지만 다소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빚어진 불편한 기류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제 3자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원만하게 갈등 해결이 안 될 가능성이 있기에, 해당학급의 담임 선생님이나 조직의 관리자 등 구성원 간 상처가 곪기 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김을 한 번 빼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 제 3자는 갈등을 겪고 있는 당사자 중 한 쪽에 이해관계가 치우쳐 있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 상황을 공유할 때도 단순 험담으로 흐르거나 지나치게 민감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늘 모둠 구성이 완료되지 않고 수업 종료령이 울린 후에도 불편함이 지속되었던 상황에 대해 나는 학급 담임 선생님께 상의를 드리고, 유독 마음이 어려워했던 학생들의 상태를 살펴봐주실 것을 요청드렸다. 또한 담임 선생님께서는 모둠을 재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시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면 모둠에 들어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의 근심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고, 담임선생님을 통한 완충재 덕분에 다음 시간에 교사가 중재를 시작할 때 모둠 구성이 완료된 학생들이 느끼는 당혹감이 다소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공동체 구성원의 상호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다보면 집단 지성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넷째, 작은 성공을 축하해야 한다.


갈등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노력을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격려하며, 작은 성공에대해 분명히 축하해 주어야 한다.
갈등의 당사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점에 대해 격려하거나, 이전에 비해 조금은 해결되거나 완화된 지점을 짚어봄으로써 긍정적인 발전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면, (감정이나 정서는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당사자 및 주변 인물들이 더 나은 해결을 위한 노력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기울일 마음을 지니게 될 확률이 높다.







결론


문제가 없는 집단은 생명력 혹은 발전 가능성이 없는 조직이다.
기다림, 적절한 시기의 개입, 공동의 문제 해결, 작은 격려를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성공 경험을 통해 공동체가 더욱 건강해지며 문제 해결에 대한 효능감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금요일 수업 전후의 쾌거, 그리고 원대하게는 우리 사회의 화합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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