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액의 공유와 공동체성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마스크가 만들어내는 거리감이 실로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들숨과 날숨을 통해서 서로 공기를 공유하고, 또 서로 침을 튀어가며 말하는 동안 체액을 공유한다. 그러면서 타인이 나의 일부가 되고 내가 타인의 일부가 되는 친밀함이 형성되는 것이다. 마스크 한 겹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 만들어내는 정서적 거리감은 물리적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상상이었다. 에서 비슷한(하지만 훨씬 깊이 있고 학술적인) 구절을 읽고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과 소통할 때 분비물의 교환은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쩌면 해로울지도 모를 분비물을 기꺼이 감수하는 과감한 도약을 전제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