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건강검진을 마치고, (버스비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고 걷기 운동으로 얻은 건강상의 유익 이상으로 해로울지도 모르는, 그러나 즐거운 이야기가 오갔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행복했던, 매장 에어컨으로는 부족했던지 줄줄 녹아 고개와 콘을 돌려가며 부지런히 먹어야 했던) 베라 콘으로 얼러가며 걸어오는 길이었다. 동네 사람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던 사람의 무리가 줄지어 우리가 걸어온 방향을 향해 걷고 있었다. 외국인이었다. 더러 담배 냄새가 났고, 대체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행 가방은 없었다. 이삿짐센터 분들인가, 그러기엔 좀 많았다. 어, 좀이 아니었네, 어디서부터 이어진 행렬일까, 길 건너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떠오르자, 퍼즐이 맞춰졌다. 이 더운 날 종일 야외에서 몸 쓰는 일을 하고, ‘베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