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학원 선생님의 도움을 적절히 받아 정말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슬프게도 소수만이 그렇다.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데,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의외로 낮은 경우가 많다.
물론 낮은 학습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니, '학원에 다니므로 학습능력이 저하된다'는 설명은 언뜻 보면 인과관계가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의존도만 높아지고 학습력 자체는 낮은 상태로 머물러 있거나 혹은 더 낮아지기도 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들어 본 내용이기에 학교 수업 중 선생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러다가 자칫 평가에 대한 힌트나 주요 학습 내용에 대한 강조점도 흘려 듣게 된다.
학교의 평가는 학교 교사들이 출제한다는 점에서, 수업시간에 강조하는 내용을 놓쳐버린다면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워진다.
몇 문제 더 맞추어 높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 더 중대한 것은 태도의 문제이다.
대치동 수학학원을 다니며 고1 과정을 학습하고 있는 아이이지만 현재 학습하는 초등학교 6학년 수학 교과 내용에 대한 완전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의 실제 증언이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고1 수학을 배우고 있는 수준 높은 학생'인데,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이렇게 쉬운 내용을 열심히 배우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나친 선행 학습의 결과 겉멋만 잔뜩 들어버린 상태가 되기 쉽다.
그리고 이것은 학교 수업 분위기 저해의 차원이 아닌, 학생 본인의 학업 자체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배움은 '알지 못함'의 상태를 인정하는, 겸손의 자세가 없이는 결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 학교에서는 개념을 집중하여 학습하도록 하고, 학원에서는[혹은 혼자서 공부한다면 집에서는] 심화 복습을 위주로 공부하여 완전 학습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
2. 학습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기 어렵다.
문법 문제는 시험에서 내지 않는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학원 선생님께서 입수하신 해당 단원의 기출문제 모음집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문법 빈칸 메우기 문제만 푸는 학생들을 보아도 너무 많이 봐왔다. 자신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리거나, 학습에 대한 본인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학원선생님의 상세하고 친절한 안내를 따라 공부를 하다 보면, 이러한 수동적인 학습의 모습을 지니게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학교와 달리 학원은 생존을 위해 학생을 모집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학생들의 학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학원의 생리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사교육의 교육은 교육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부작용은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저하이다.
->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시기를 조금은 늦추면 어떨까? 적어도 아이가 자신의 학습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될 때까지, 그리고 혼자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누군가의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게 될 때까지는 말이다. 이럴 때 학원 선생님의 도움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다.
3.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어마어마한 양의 학원 숙제를 하느라고 자신의 학습 상태를 점검하고, 추후의 학습 계획을 세워나갈 마음도 시간도 없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학교 수업 시간에, 그것도 수행평가 과업을 잘 수행해 낼 비결이나 시험에 출제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데, 학원 교재 펼쳐 놓고 학원 숙제를 하고 있는 딱한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속상한 일이다. 학교에서는 학원 숙제를 하고 있고, 학원에서는 뒤처진 학교 공부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무수히 쏟아붓지만 성과가 좋을 수가 없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쉼이 없이 공부하기에, 전반적 집중력은 저하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은 더욱 불가능해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 학원 스케줄을 조금은 줄여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빈둥거리면서 조금은 쉴 시간이 학습자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너무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론
사교육에의 지나친 의존은 다음의 측면에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저해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1. 수업 시간에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2. 학습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갖기 어렵다.
3.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로 인한 학습력 저하를 막고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다음의 노력이 필요하다.
1-1. 선행은 최소화하고 복습 위주의 학업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1-2. 각자의 학습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긴 이후로 사교육의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
1-3. 쉼의 시간 및 자기 주도적 학습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의 학원 수강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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