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다니면 요점 정리를 통해 혼자서는(혹은 교실수업으로만은) 학습하기 어려운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문제풀이 전략 등 공부 방법을 쉽게 터득할 수 있다. 나도 고등학교 때 수학 학원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학원에 꼭 다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현재로서는 '글쎄'이다.
실은 더 많은 학생들을 교육 현장에서 만남에 따라, 그 대답이 점차 부정적인 쪽에 가까워진다.
학원에 꼭 다녀야 하는지, 그리고 학교와 학원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글을 좀 써볼까 한다.
(거시적인 차원의 글은 경험도 역량도 안 되고, 나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해 보려는 의도이다. 비난과 비판보다는, 대안 제시에 초점을 맞춘 글이 되길 바란다.)
최근에는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 있었다. 나와 같은 학년 같은 교과를 맡으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된 사실이다.
어느 학생의 수행평가 관련 학습지를 학원 선생님께서 복사 및 배포를 하였고, 어떤 학생이 그 학습지의 내용을 베껴 쓰다가 선생님께 발각이 된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고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학생이 아닌, 학원 선생님이었다.
학원 수강생의 수행평가 관련 학습지 배포한 행위는 다음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첫째, 선생님은 학생이 나름의 숙고의 과정을 거쳐 생각하고 영작하여 작성한 내용을 학생의 동의도 없이 타인에게 배포하였다. 이는 학생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선생님은 심지어 학생의 학번과 이름 등 개인정보까지 고스란히 유출하였다.)
-> 복사는 해주더라도, 학번 이름은 가리셨으면 어땠을까? 복사를 해주더라도, 학생의 동의를 먼저 구하셨다면 어땠을까?
둘째, 선생님은 자신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생의 타인의 권리 침해 행위를 방조하거나 혹은 유발하였다.
학습지 복사본을 습득한 학생은 학원선생님의 도움으로 타인의 지적 저작물의 무단 사용, 즉 표절이라는 비윤리적 행위를 하였고, 점수를 위해서 양심을 버려도 된다는 것을 학습하였다.
-> 복사를 해주더라도, 이것은 참고만 해야지 그대로 베끼는 행위는 윤리적인 차원에서 용납되지 않음을 함께 지도해주셨다면 어땠을까?
셋째, 의도와 달리 학생의 수행평가 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 위의 두 문제점은 특수한 상황에 국한되는 문제였다면, 이것은 에세이 작성 지도를 하면서 느껴온, 학원 선생님께 지나치게 의존한 학생들에게서 제법 공통적으로 발견한 문제들이다. 훌륭한 한 편의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 학생들은 먼저 각자의 생각을 잘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답안이 유사해지면 각 학생의 답안은 타당성은 확보할 수 있을지언정 독창성을 잃게 된다. 중간 정도의 점수 확보는 가능해질지언정 최상위 점수를 획득하기는 어려워진다.
-> 지도를 할 때, (천편일률적인) 모범답안을 제공해주는 대신, 적절한 도움닫기를 통해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시는 안내자의 역할을 함께 해주시면 어떨까? 공교육에 비해 사교육 현장이 가장 유리한 지점은 학생 맞춤형 개별화 교육이 더욱 수월하다는 점이므로.
넷째, 타인의 학습지를 제공받은 학생은 에세이 주제에 대해 고심할 기회, 즉 사고력 향상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쉽게 얻은 지식이기에, 진정한 지적 자산으로서 오래도록 가치를 발하기 어렵다.
-> 위의 제안과 동일하다.
다섯째, 학원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다. 자신의 학습지가 유출되어 수행평가 점수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학생이 앞으로 해당 학원 선생님의 가르침을 과연 가치 있고 진정성 있는 가르침으로 여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해당 학생에게 학원 선생님께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시고, 이후에도 원만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위와 같은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학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 한국 교육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교육과, 그리고 사교육이 따로 또 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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