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마음을 읽다> 5장 '인공지능은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가'에서 색깔 인지에 관한 내용을 읽으며, 갑자기 내가 기특해졌다. 고등학교 시절 가졌던 의문이 생각나서이다.
색깔 인식의 주관성
나에게 노랑색으로, 빨강색으로,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들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다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나, 혹은 파리 등 다른 생명체의 눈을 통해 색깔을 보는 경험을 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냥 각자 인지하는 '제각기 다른' 노랑색을, 같은 색을 보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며 평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나의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신기해했다.
그리고 오늘 책을 읽으며, 색깔을 지각하는 것은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도, 기술할 수도 없는' 현상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의 범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고 기뻤다. 나와 같은 의문을 지닌 철학자가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색깔의 범주에 대한 문화적 차이
(이건 책에 나온 내용은 아니다.)
미국에서 느낀 문화적 차이 중 하나는 붉은 색깔의 범주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분명 '빨강색'으로 인식되는 색상이었는데, 한두 명도 아닌, 다수의 사람들이 내가 보고 있는 색깔을 'pink'라고 명명하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를 빨강색으로 분류할 것이며, 어디부터 분홍색으로 부를 것인지는 아주 어린 시절 색깔의 이름을 익히면서부터 학습한 문화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이고 엄밀한 색깔 분류 체계를 생성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노르스름하다(yellowish)' 혹은 '발그스름하다(reddish)'와 같이 때로는 교집합을 허용하며, 구간의 경계를 명확하게 결정짓지 않는 일정 수준까지는 '색깔 인식의 기능화'가 가능할 수도 있을까?
인공지능은 색깔을 인식할 수 있나
인공지능은 색깔의 명도와 채도 등의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스펙트럼 상에서의 특정 색깔의 위치 혹은 좌표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책에서 빛의 파장과 주파수, 시각 신경계의 작동 방식, 색깔을 볼 때 일어나는 중추신경계의 작용 등의 기능이라는 훨씬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을 색에 대한 물리적 지식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우리가 눈으로 색깔을 지각하는 방식으로 색깔을 경험하고 느끼지는 못한다. '흑백 방 사고실험'이라는 실험을 통해 입증한 내용이라고 한다. (이런 희한한 사고실험을 하기도 하는 걸 보면 철학자들은 참 재미있는 양반들인 것 같다.)
인공지능의 그림 감상에 대한 내용은 다음 날 다시 읽으며 생각해 보아야겠다.
아무튼 오늘은 업무로 진행한 학교 행사 마치고 쓰러질 듯한 몸을 이끌고 운동도 가고, 책도 읽고, 글도 쓴, 진짜 인간승리 한 날이다. 스스로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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