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의 한 장면에서 시작해 보도록 하죠.
네 말도 옳다만 나는 이 작살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목숨이 걸린 수많은 싸움에서 제 몫을 다하여 고래의 심장을 깊이 찔렀던 믿음직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포경선마다 작살이 다 있는데 거추장스러운 작살을 늘 가지고 다니느냐는 이스마엘의 질문에 대한 퀴퀘그의 답변입니다.
대량생산 시대에 똑같이 생산된 수많은 토끼 인형이 존재하지만, 어릴적부터 들고 다녀 아무리 빨아도 꼬질꼬질 떼가 탄 토끼 인형은 이 세상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퀴퀘그가 마치 몸의 일부와 같이 애지중지하는 작살은 다른 어떤 작살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지요. 어제 읽은 부분에 따르면 사회문화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특정 대상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 고유의 모습을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 독서일기 #5 - 원작의 가치 - https://hn47749.tistory.com/m/272
이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의 발달로 죽은 이의 유전자 정보를 완벽하게 복구한다한들, 그리고 무분별하게 복제하여 같은 복제인간 여럿을 탄생시키는 대신 단 한 명의 복제인간만 만든다 할지라도, 이 복제인간은 나의 돌아가신 할머니와 ’동일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육체의 제약 및 한계가 있기에 일대일의 배타적 사랑이 인간 사회에서 규정되는 사랑의 개념이라는 언급도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 6장 ’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을까‘에 나옵니다. 허물 많고 결점과 한계 투성이인 인간에 대한 인간의 사랑, 그리고 인간의 존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의미와 가치, 그리고 존엄성에 대한 의문과 생각들이 마구 떠오르네요.
어떠신가요?
문학작품을 좀 더 열심히 읽으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나갈, 시대적 해법이 좀 더 보이게 될는지요?
마틸다의 아빠처럼,
Moby... what?
해서는 안 되겠네요!! :-)
모비딕으로 시작했으니, 모비딕의 한 문장 더 소개하면서 오늘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원양을 누비던 길고 위험한 항해가 끝나면 두 번째가 시작되고, 두 번째가 끝나면 세 번째가 시작되며, 그렇게 한없이 계속되는 법, 아무렴, 세상의 노고란 모두 그렇게 끝이 없고 고달픈 것이다.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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