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생각들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 끝에 생각해 낸 문장치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김선희 교수의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 중 3장 '인공지능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를 읽고 든 두 가지 생각 중 하나는 현상적 마음과 지향적 마음이라는, 기능화가 가능한지의 여부로 구분하여 인간 마음의 속성을 정의한 개념이 다소 모호한 것 같다는 생각과, 나머지 하나는 어제의 논의에 이어 기능화 할 수 없는 '의식'의 측면을 지나치게 과소평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1.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일단,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하는 3장의 제목이기도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여 부분적으로 인식하고 흉내 낼 뿐 실제로 고통,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2. 감정의 기능화가 가능한가?
내가 설명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 빚어진 오해인지도 모른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필자는 '감각을 포함하는 심적 현상'을 현상적 마음이라고 정의하였고(그래서 나는 현상적 마음이 '감정'과 관련되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감각은 기능화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추론과 연산, 직관, 연상, 상상, 메타사고 등 '논리적 의미의 연관성'과 관련된 지향적 마음과 구별된다고 설명하였는데(따라서 나는 지향적 마음은 '이성'과 관련된 사고의 영역이라고 인지했다), 3장에서는 분류체계나 범위가 조금 달라진다.(어쩌면 이것이 필자가 2장에서 밝힌 지향적 상태와 현상적 의식이 혼합된 심리상태를 가리키는 내용인지도 모른다. 좀 더 읽어보아야 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
필자는 사람의 감정도 객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여 '기능화'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공감이 필요한 감정의 언어들을 기능적으로 이해하고 배우게 하여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인공지능 상담사 '일라이쟈'의 예를 든다. 그렇다면 이것이 감정도 일정 부분 '지향적 사고'에 속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인지과학 등 지식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능화할 수 있는' 지향적 사고의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혹은 '기능화 여부'로 사람의 마음을 이원화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인지 모르겠다.
3. @#%%ㅕ^*&+......?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질문들;;)
게다가 필자는 기능화 할 수 없는 마음의 현상적 영역이 과연 '지극히 작고 인과력이 없는' 부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마음의 영역이 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식의 잔여물'로 표현될만큼, 무시해도 좋을 만큼 중요도가 낮은가, 하는 것이 나의 핵심 질문이다.
1) 현상적 마음의 상태를 과연 인과력이 없거나 미미한 의식의 '잔여물'이라고 불러도[치부해도] 되는가?
- 제주 흑돼지와 함께 고사리를 먹다가 급체를 하여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고사리만 봐도 손사래를 친다고 치자. 이 사람은 고사리의 영양정보나 맛, 가격, 조리의 용이성 등 객관적인 판단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인 기억과 경험으로 인한 의식의 잔여물이 고사리에 대한 긍정적이지 않은 시각과 태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 사람의 고사리 기피증을 양산한 '경험', 그리고 그 '잔여물'의 영향은 과연 미미한가?
2) 저마다 경험과 인식의 차이로 인한 '연상'을 과연 '지향적 사고'로 분류할 수 있는가?
- 누군가는 자전거를 보고 아버지가 잡아주며 가르쳐주시던 두발 자전거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지나간 성추행범을 연상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의류 회사의 카피 문구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경험이 축적되며 연상의 내용이 시시각각 변화할 수도, 뇌의 활성화 상태에 따라 연상작용이 활발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산발적이고 예측이 난해한 뇌의 연상 작용을 '입력-출력의 형태로 기능화가 가능한 지향적 사고'로 설명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3) 감정과 정서의 기능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때, 개인의 경험의 영향, 그리고 저마다 다른 집단적-개인적 문화의 영향과 중요도를 우리는 어떻게 설명하고 풀어나갈 것인가?
- 일단 조성모님의 노래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해간다. 그리고 지구의 80억 인구 모두가 서로 다른 감정적, 정서적 경험을 매 순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린 시절 오빠 도시락에만 넣어 준 달걀 후라이로 인해 상속 관련 분쟁이 벌이는 사람들의 판단과, 파파고를 가동해 읽고 해석하는 활동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에도 엎드려 있기를 선택하는 학생의 행동이라는 출력의 원인 혹은 입력값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하여 기능화할 수 있을까?
인간은 이성적이지만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https://hn47749.tistory.com/196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인식 체계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니 일반화 및 객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측면에서 논의를 하고 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개발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든다.
로봇인지 아닌지 확인하라며 나오는 그림에서 오토바이가 포함된 영역을, 로봇은 대체 어째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것인가(혹은 오토바이가 어떤 상자까지만 나왔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뇌에는 어떤 신비가 있는 것인가) 질문을 던지며, 오늘의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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