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교수의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를 틈틈이 읽고 있다.
지난 글에 이어 오늘은 2장 '인공지능은 마음을 구현할 수 있는가' 부분의 내용 정리를, 읽으면서 떠오른 의문점과 함께 기록하고자 한다.
https://hn47749.tistory.com/242
1. 지향적 마음
인간의 마음은 현상적 마음과 지향적 마음의 두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이 중 객관적 관점에서 이해 및 접근이 가능하며 따라서 로봇이 흉내 낼 수 있는 부분은 후자이다. 지향적 마음은 기능적 마음, 인지적 마음이라고도 부르는데(지향적 마음? 기능적 마음? ...(멘붕)...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학자들은 이름을 왜 이리 직관적이지 않게 붙이는지 도통 모르겠다), 쉬운 말로 설명하면 논리적 사고를 하는 마음의 영역을 가리킨다. 서로 다른 명제의 연관성을 도출하는 부분이며, 사고의 결과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및 관점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입력과 출력의 형태로 기능화 할 수 있기에, 인공지능이 모방할 수 있고 이미 모방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지향적 마음이다.
2. 현상적 마음
현상적 마음은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식의 상태를 말한다. 쉬운 말로 감정의 영역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의 주관적 느낌이나 질적인 경험을 뜻하기에 타인이 느끼거나 의식할 수 없고, 따라서 가능화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필자가 인용한 김재권의 연구에 따르면, 기능화할 수 없는 의식의 영역, 즉 현상적 마음은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고, 다만 존재하며, 아무런 인과력이 없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적 마음의 영역을 배제한 지향적 마음의 모방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음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바로 현상적 마음의 특징과 역할에 대한 필자의 설명이다.
2.1. 과연 사람의 감정을 객관화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사람은 공감을 할 수 있다. 길을 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얼마나 아플까, 하고 안타까워할 수 있다. 동일한 정도의 고통을 느끼지는 못할지 몰라도, 아파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끼는(혹은 좀 슬퍼지는 부분이지만, 행복을 관장하는 부분이 활성화되기도 한다고 한다.) 뇌의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뇌과학자들이 밝혀내왔다.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사람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뇌과학자들은 이를 섬엽의 발달 및 활성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고 한다.)
https://v.daum.net/v/20240311050303994
그리고 어느 정도 타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감정의 '객관화' 혹은 '기능화'가 가능하지도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및 작동 원리를 인공지능이 모방하도록 하면, 사람처럼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2.2. 과연 현상적 마음, 즉 감정의 영역이 사람의 마음의 판단이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까?
내가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감정이 사람의 인지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역할이 미미해서가 아니라 감정의 질감과 이것이 미치는 영향이 개개인마다 무척 다르다는 점에서, 또한 감정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복합적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여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상적 마음에 대한 모방이 어렵다는 설명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바로 이런 점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한 것 같다.
(내일 좀 더 이어서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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