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모기의 살신성인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4. 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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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에 뚫린 구멍 사이로 모기가 들어왔나보다.
아이가 기겁을 하기에 들여다보니, 초록빛을 띤 모기였다. 물지 않는 종류라며 안심시켜주고는, 
어쨌거나 신문으로 탁 내려쳐 잡는 데 성공하고 방에서 나오려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수컷 모기는 물지 않는대요.
암컷이 산란기가 오면 피를 빨아먹는 거래요.

 


응, 그렇지.

아이가 무심코 덧붙인 말에,
나는 크게 놀랐다.



목숨을 바쳐 피를 빨아먹는 모기네.

 
 
 
 



아이야, 정말로 그렇구나!

나의 기준에서는 흡혈 해충이지만,
나름 새끼를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강인한 엄마인 것이로구나.
 
 
 

출처: pixabay







안도현님의 시가 떠오른다.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내일은 좀 더 따뜻한 눈을, 허락해주시라고 기도한다.
작은 우산이 되어줄 수 있도록!


 
 
 
 

명필샘께 감사하던 귀요미가 영어가 어렵다가,
별안간 영어가 재미있어진(?) 포스팅은 내일로 미루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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