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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길,
학교 텃밭에 아무렇게나 자란 민들레를
한 봉지 가득 뽑아 왔다.
몇 번이고 깨끗하게 씻어 양파와 함께,
참깨도 아낌없이 뿌려 무치고,
수육과 함께 저녁 상에 올렸다.
새콤달콤 쌉싸름한 향이 괜찮았다.
그런데,
이럴수가!
한 달 가까이 입 안 여기저기 쉬지 않고 생겨나,
심지어 양치할 때마다 선혈을 토해내던 분화구들이
하룻밤 사이 없어졌다.
민들레에 항염과 면역력 증강 효과가 있다더니,
정말 신기했다.
칼륨이 많아 너무 많이 복용하면
신장에 무리가 간다는,
짝꿍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되뇐다.
피아노 레슨 다녀오는 길,
아파트 길가에 노오란 민들레가 보인다.
어디 민들레 뿐이겠는가.
달래, 냉이, 씀바귀, ...
얼마나 많은 선조들의 배앓이와 심지어 목숨의 대가로 우리는 이런 고마운 약초들을 알게 되었겠는가.
용기 내어 민들레를 먹어 본 선조께 감사를 표한다.
주먹도끼, 빗살무늬 토기, 돌칼 등이
각 시대의 '혁신'의 산물이었다는,
어느 역사 선생님의 말씀을
전해 들은 기억을 떠올린다.
이 땅의 모든 퍼스트 펭귄들께
경의를 표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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