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부쳐 (feat. 본을 보인다는 것)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4. 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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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이상 현장 경력을 가진 교사로서 시험문제를 한 번 내보았다.



1. 다음 중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소식을 듣고 학생이 보일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 우리의 인권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으니 이러한 법안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구나.
나. 학생의 인권에 대한 기본적 사항을 담은 조례가 폐지된 것을 보니 우리는 교권을 더욱 존중해 드려야겠구나.
다. 우리가 선생님들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해드리지 않아 생긴 일이니 우리는 체벌을 포함한 벌을 받아 마땅해.
라.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으니 이제부터 선생님들이 우리를 예전보다 더욱 존중해 주시겠구나.
마. 사람들은 우리들의 인권에 관심이 별로 없구나. 우리를 존중해 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을까?



2. 다음 중 학생인권조례 폐지 소식을 듣고 교사가 보일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 이제부터 학생들을 마구 때려도 되겠구나.
나. 이제부터 휴대폰을 압수해도 되겠구나.
다. 이제부터 품행이 단정하지 않은 학생들의 소지품을 마구 뒤져도 되겠구나.
라. 이제부터 학생의 가정환경이나 학업성취도 혹은 종교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차별대우해도 되겠구나.
마. 이제부터 학생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우리 교사들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겠구나.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순서대로 ‘마’와 ‘정답 없음’이다. 교사가 생각하기에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결정도 아니고, 교사들을 위한 ‘배려심 넘치는’ 결정은 더더욱 아니다.

교사이기 전에 기독교인으로서, 학생인권조례가 지향하는 모든 내용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사회를 이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회의와 결정을 ‘통보’ 받으며, 또 한 번의 깊은 슬픔과 무력감을 느낀다. 한밤에 불법적 재판을 열어 예수님의 십자가형을 언도한 사람들의 무리가 떠오른다.




얘들아, 스스로에 대한 존중만큼이나 선생님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존중도 중요한 거야.
얘들아, 아무리 옳다고 믿는 방향일지라도, 그 절차가 합리적이고 납득할만한 것이어야만 하단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이거든.

이라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혹은, 이렇게 입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들인가?

우리들 말이다.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일방적 폐지 결정은 과연 어떤 메시지가 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될는지,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을 배울는지 다 함께 한 번 숙고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른들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기를, 함께 다짐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https://v.daum.net/v/20240426182514315

조희연 "학생인권조례 폐지, 인권 역사의 후퇴‥재의 검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의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에 대해 학교·시민 인권 역사의 중요한 '후퇴'로 기록될 사안이라며 재의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교육감은

v.daum.net




학교가, 좋은 정책입안가들과 각 분야의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재를 양성하는, 좋은 교육기관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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