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4/20 장애인의 날 기념으로 진행하고 있는 에세이 쓰기 행사에 출품한 글을 몇 군데 교정을 본 후 올립니다. 참가상을 받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아이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기도 하여 써보았지요. 글은 세상과 소통하는 좋은 도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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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어린이날이 없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독교 사상에 뿌리를 두고 탄생한 국가로서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지녔기에, 어린이의 날을 제정하여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지정하여 기념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에서는, ‘오늘만큼은 다 함께 약자를 생각하자’는 문구가 오히려 어색하게 여겨질 것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장애인 자녀가 다닐 학교를 제발 만들어 주십사 하고, 엄마들이 무릎 꿇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각종 시혜(?)에 감사하며 눈을 피해 살아가는 대신, 한 명의 생활인이자 시민으로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와 처우를 받고 살아가게 되었으면 좋겠다. 손금과 눈동자의 색깔이 저마다 다르듯, 그냥 다른 어떤 특징을 지닌 개별자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면 좋겠다.
죄수처럼 시설에 갇혀 살기 싫으니 보조금을 확충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목소리에 대해 “시위로 인해 혐오감만 커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실은 뉴스 기사에, 마음이 씁쓸해진다. 돈도 많이 들고 사람들의 시선도 힘겨우니 차라리 자녀가 시설에 있는 게 좋다는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보호자의 인터뷰는, 시설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은 누군가의 외침을 억누를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은, 자발적 의지와 관계없이 사회적 격리 처분을 받아 마땅한 어떤 존재도, 누군가의 소유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날이 존재할 필요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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