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모비딕>과 함께 하는 인생 공부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5. 1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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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러 다녀오고, 피아노 연습을 좀 하고, 아이 친구 남매와 아이들 저녁 거둬 먹이고 치운 것 외에는, 신생아처럼 자다 깨다를 반복한 하루 가운데 얻은 <모비딕> 속 보석 문장들이다.



배움에 관하여

  • p.199 포경선은 나의 예일 대학이자 하버드였으므로



감사에 관하여

  • P.201 충성스러운 영국인들이여, 생각해 보라. 당신네 왕과 여왕이 대관식에 사용할 기름을 공급하는 게 바로 우리 고래잡이들이라는 사실을!



용기에 관하여

  • p.203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태우지 않는다.> 스타벅의 이 말은 가장 분명하고 유용한 용기란 직면한 위험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서 나오며,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료라는 뜻인 것 같았다.
  • p.204 그에게 용기란 기질이 아니라 다만 자신에게 유용한 것, 생사가 좌우되는 현실적인 상황에 쓸 수 있도록 항상 가지고 다니는 도구였다. 그뿐 아니라, 포경업에서 용기란 쇠고기와 빵처럼 반드시 배에 갖추되 경솔하게 낭비하면 안 되는 물품인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공포에 관하여

  • p.204~205 바다와 폭풍, 또는 고래, 이른바 통상의 비이성적인 공포와 맞설 때는 굳건히 버티지만, 정신을 공략하기 때문에 더 무시무시한 공포, 이를테면 분노한 권력자의 찌푸린 이마에서 느껴지는 공포는 이겨내지 못한다. (중략) 용맹함이 무너진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 애끓는 비통함에 피를 토하는 심정이 된다.



인생에 관하여

  • p.208 모두가 알듯이, 지상의 공기는 뭍이건 바다건 숨을 내뿜다 죽어 간 수많은 인간들의 알려지지 않은 불행들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 p.212 어떤 연유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섬사람들은 최고의 고래잡이가 되는 것 같다. 피쿼드호의 경우에도 최고의 고래잡이는 거의 다 섬 출신이었으며, 또한 외톨이였다. 그들을 이렇게 부르는 까닭은 인류라는 공통의 대륙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저마다 자기만의 외딴 대륙에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외톨이들이 같은 배에서 함께 힘을 합쳤으니 얼마나 놀라운가!






배움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용기와 공포와 인생에 대한 언어화되지 않는 성찰들.



그리고 오늘을 지나며 남아 있는 생각의 파편들.
- 정차하실 때 깜빡이를 켜주셨더라면 더 좋았겠어요, 아무쪼록 죄송합니다, 하자 백미러를 치고 지나간 것을 더는 문제 삼지 않으시고 그냥 가라 하시던 택시 기사님
- 채소를 먹기 싫어하지만 억지로라도 먹이는 것의 중요성과, (하기 싫은 순간 재미없는 내용일지라도 골고루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는) 배움에 대한 단상
- 아껴 먹으려고 사둔 망고 세 개 중 두 개를 꺼내어 기껏 잘라줬는데, 뭐 이리 적어, 하던 꼬마 손님
- 5월 중순의 눈, 그리고 어제 도저히 참여하지 못한 생태 관련 연수
- 못다 나간 진도와 교생선생님 수업
- 내일 저녁 연수에서도 무력감에 시달리게 될는지, 하는 염려
- 냉장고 속 상추와 치즈와 계란과 식빵과 잼, 그리고 두유제조기 속 불려둔 서리태
- 어느샌가 다시 맞춰졌거나 새로 그려진 자전거 도로 표식, 계획된 것이었을까, 시정한 것일까. 전자였다면 참을성 없었음에 대한 죄송함
- 삶



after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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