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외로움과 긴 수염고래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5. 19. 22:05
728x90




다음은 내가 만난 외로움들이다.


16개월 평생 어머니와 떨어져 본 일이 없는,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아기,
엄마 옆이 아닌, 자신의 방에서 혼자 자겠다는 소녀가 보낼 밤시간,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아직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여인,
뒤늦게 베필을 만나 결혼을 앞둔 신부의, 이유 모를 불안감,
평생 의지하던, 이민을 준비 중인 아들을 지켜보는 아비
그리고 세상 모든 인생들.




긴 수염고래는 무리 지어 살지 않는다.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 고래도 고래를 싫어하는 것 같다. 수줍음이 많고 늘 홀로 다니며, 더없이 외지고 음침한 바다에서 느닷없이 수면으로 솟구쳐 사람을 피해 황량한 벌판에 돋아난 길쭉한 풀처럼 한 가닥의 물기둥을 곧게 뿜어 올린다. 놀라운 힘과 속도로 헤엄치는 능력을 타고난 까닭에 인간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이 바다 괴물은 추방당했지만 정복할 수 없는 고래 종족의 카인이어서, 그 표식을 등에 달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 <모비딕> p.239~240



고독은 위대한 사람의 특성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예수님은 사람의 무리를 피해 한적한 곳으로 가사
기도하셨다.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외로이 신과 독대하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때때로 긴 수염고래들인가 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