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디어 에반 핸슨>과 거짓말에 대한 질문들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5. 1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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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터넷 이미지




에반의 거짓말은 자의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상담의가 권유한 방법대로 자신에게 쓴 편지를, 자살한 아들이 쓴 것으로 착각한 코너의 부모님에게, 에반은 거짓말을 시작한다. 아니, 단지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일 뿐, 처음부터 적극적인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에반 핸슨의 거짓말의 동인은 선의이다. 자신의 거짓말이 아들 및 오빠의 사망으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애도의 과정에 기여하고, 깨어진 가정의 회복을 도우며, 심지어 생명존중이라는 아름다운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에반은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시작하고, 이어나간다.

에반은 거짓말을 멈출 수가 없다. 스스로 장착한 가면으로 인해 짝사랑하던 코너의 여동생의 마음을 얻고, 그토록 갈구하던 대인관계 의사소통과 돌봄의 공동체에의 경험까지 하게 되는 마당에, 에반은 거짓을 시인함으로써 마음의 불안을 잠재울 동인과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쯤에서 내가 던지는 세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은 진실로 진실을 원하는가?
2. 사람들은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가?
3. 진실은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각 질문에 대해 짧게 생각을 기술해 본다.

1. 사람들은 진실로 진실을 원하는가?
- 코너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애도가 필요했다. 에반과 함께 ‘혼자가 아니야’ 운동을 주도한 친구들은 각자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며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에반은 공동체가 필요했다. 이 모든 욕구가 에반의 가면을 필요로 했다.

2. 사람들은 진실을 감당할 수 있는가?
-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대해 숨김없이 남김없이 진실해지는 것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과연 그 모든 진실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신경전달물질과 얼굴 근육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생각과 감정을 무섭도록 정확하게 읽어내는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부하 직원이 업무 지시를 내리는 상사를 욕하는 마음이,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 진행능력을 평가하는 마음이 모두 드러나는 것을 우리는 감당할 수 있으며, 감당할 의향이 있는가?

3. 같은 맥락에서, 진실은 과연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 어른들 말마따나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것이 병이요 근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에반 핸슨은 (궁지에 몰려) 진실을 고백하고, 결론적으로 어머니와 진정한 화해와 소통을 하게 되며, 에반은 스스로를 직면하고 성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코너 가족의 진정한 회복까지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현실 속 진실의 발현도 늘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가져다 줄는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쎄. 나이가 들수록 회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첫째, 인생이 그렇게 단순 명료하지 않고,
둘째,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어서, 인간의 진실이 곧 ‘선’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살기 참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성찰 없이 행복한 삶보다는, 괴롭고 슬픈 성찰을 선택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중요한 성찰의 기회를 허락 및 함께 해주신 동료 선생님들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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