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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연주가 만족스러워서는 아니었던 것 같은, 한 번도 틀리지 않던 부분에서 대부분의 관객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있었거나, 오늘따라 넣은 애드리브가 경쾌하게 진행되었거나, 아무튼 두 연주자 사이에서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환한 미소.
한국인의 전반적 클래식 관람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몸소 깨달은, 악장 사이에 딱 한 차례의 박수를 친 유일한 사람, 나.
베토벤이나 첼로나 피아노나 연주자의 음악 자체를 좋아해서 온 것이라기 보다는, ‘베토벤’을 감상하는 자리에 평일 시간을 내어 참석하기도 하는 우.아.한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 하거나, 선율이나 표현이나 호흡보다 눈도장을 찍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었거나, 아니면 이정도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할만한 용기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듯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각종 소음들. 어쩌면, 나.
무대 인사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일어서는 몇몇 관객을 바라보는 연주자의 얼굴에 미세하게 드리운 그늘. 나도, 어쩌면.
사람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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