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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군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신뢰

지속적인 멸시와 비웃음으로 인해 공황장애 증상을 겪고 있는 준형(가명)이가 조퇴를 하기 위해 가방을 싸는데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말한다. "준형이 옷은 어디서 사는지 궁금하다." "준형이는 어디에 살까." (여기까지는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로만 들렸고, 아래와 같이 말한 학생을 따로 불러 이야기했을 때 알게 된 내용이다.) "준형이 집에 살겠지." 내 귀를 의심했다. 바로 옆에 있는 아이에 대해 아이들이 대놓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마치 아이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벽인 것처럼. 아이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더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거면 자퇴를 하던가..." 아이는 무시당해 마땅할 뿐만 아니라 학급의 행복을 위해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는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쩌다가..

교육 00:39:37

<죽음의 수용소에서> 독서 일기 - 역설 의도

를 거의 다 읽었다. 책에는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심리치료 학파인 로고테라파와 관련하여 역설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개념이 소개된다.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 되는 어떤 행위를 오히려 '하려고' 노력할 때, 극도로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농담을 하게 될 때, 역설적이게도 어떤 행위를 그치게 되고, 속박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면증 환자의 경우 자려고 노력하는 대신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는 경우 '말을 최대한 더듬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보라고 빅터 프랭클은 권면한다. 적용 1. 자녀의 행동 교정 비슷한 맥락이라기엔 목적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긴 하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늦은 밤이 되었으니 씻고 자라고 아무리..

교육 2024.11.20

시련을 대함

1. 의미 전환 배우자를 잃은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환자에게 빅터 프랭클은 배우자보다 자신이 먼저 죽었을 경우 배우자가 겪었을 괴로움을 떠올려 보도록 하며, 배우자를 위해 애도하는 시련을 겪는 중이라고 말해준다. 환자의 현재 시련의 의미를 상기시킴으로써 시련을 대하는 환자의 시각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물살을 틀어 물줄기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상황이 주는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에 나도 그랬던 것 같다. 하나님이 나의 지경을 넓히시는 중이라고 생각했고, 또 어려운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딸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감사할 수 있었다. 나의 메시지를 읽은 아버지가 우셨을 것임..

도서 2024.11.19

오늘의 찬양: 주님의 시선

주님의 시선 - 예람워십 흐르는 시간이 한숨만 남기고 반복된 실패 속 지쳐갈 때 내 맘의 소망이 눈물 조각될 때 내 곁에 다가와 부르시네 주님의 시선 나를 비추시고 상처 난 내 맘 만지시네 말씀하시고 회복케 하시네 주의 사랑이 다시 살게 하시네 흐르는 시간이 한숨만 남기고 반복된 실패 속 지쳐갈 때 내 맘의 소망이 눈물 조각될 때 내 곁에 다가와 부르시네 주님의 시선 나를 비추시고 상처 난 내 맘 만지시네 말씀하시고 회복케 하시네 주의 사랑이 다시 살게 하시네 주님의 시선 나를 비추시고 상처 난 내 맘 만지시네 말씀하시고 회복케 하시네 주의 사랑이 다시 살게 하시네 주를 봅니다 지금 이곳에서 https://youtu.be/mcC-Dp1x-o4?si=8O-YlPM8UexPTI-S

일상 2024.11.18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를 21세기 교육에 적용한다면

1. 살아야 하는 이유 상기시키기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내가 '성취해야 할 목표'와 아직 '이루지 못한 현실'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인식을 의미하는 정신적 긴장의 효용을 이야기한다. 쉬운 말로 하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생을 포기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빅터 프랭클의 경우 수용소에서의 삶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감된 직후 박탈당했던 원고를 다시 써서 출판해야만 한다는 의지였다고 한다. 이렇게 가치 있는 실행 목표를 상기시킴으로써 신경증 환자가 좌절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빅터 프랭클이 주창한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이다.나로 하여금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도록 만드는 요인(기독교 용어로 표현한다면 소명의식이 될 것이다..

교육 2024.11.17

희망과 절망 사이 (feat. 죽음의 수용소에서)

출근길에 등굣길의 아이들을 관찰하며 깨달은 사실이다. 7시 55분쯤 약간 여유 있게 교실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는 시각에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뛴다. 조금만 달리면 시작종 이전에 교실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7시 58분 전후의, 늦을 것이 확실한 시각에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뛰지 않는다. 지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없기에, 뛰기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죽도록 뛰어서 20초 늦으나, 걸어서 2분 늦으나 지각 처리가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에는 삶에의 희망을 잃은, 그래서 곧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순간을 두려워했다. 대체로 이런 현상은 아침에 수감자가 옷 입고 세수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교육 2024.11.16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바쁜 나

아무래도 착한 아이 콤플렉스인 것 같아,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듣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기획안에 대해 피드백을 한가득 받아 들고, 기분이 언짢아서 툭, 말을 던지고 나서, 나는 후회를 하고 하고 또 한다. 나의 말이 어떻게 읽힐까. 어떻게 보일까. 어떻게 판단받을까. 스스로를 절제하는 기본적인 성향이 그리스도의 좋은 일꾼이 되고 싶다는[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혹은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가 공격을 받은 기억과 만날 때면, 어김없이 자기 검열과 억압을 시작한다. 다음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대해 위키백과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주로 '착하거나 말 잘듣는 것은 좋은 것, 착하지 않거나 말 안 듣는 것은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타인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내면화한 ..

일상 2024.11.15

송재림 배우를 애도하며, 작은 위로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내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순간, 나의 존재가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느껴지는 순간, 내가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순간, ... 작은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다. 뱅뱅사거리 부근 참기름 막국수 맛집에서 오도독 오도독 궁채 고명과 바삭바삭 메밀 알갱이를 곁들인 국수를 먹는다거나, 따뜻한 가을햇살을 느끼며 잠시 산책을 한다거나, 봐도 봐도 재미있고 신기한 아동 문학을 한 편 읽는다거나, 읽다가 스르르 낮잠을 자며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거나, 피아노 연습에 몰두하여 자꾸만 틀리는 구간을 반복 연습한다거나, 내일 수능 감독을 가야 하는데 늦잠을 자버릴까 염려가 될만큼 발레학원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거나, 한참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오늘의 일기를 몇 자 적어..

일상 2024.11.14

<우리가 본 것> 독서 일기 - 못 볼 것을 봐야 하는 사람들

나는 공포영화를 싫어한다. 잔상이 오랫동안 남기 때문이다. 하나 베르부츠의 은 그 어떤 공포물보다 무서운 책이다. 소설이지만, 실제 상업용 콘텐츠의 감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어낸 현실의 이야기이고, 누군가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정말 끔찍하다.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 콘텐츠가 유해한지의 여부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걸러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제 3세계 노동자들, 즉 '인간지능'이 포르노, 자해, 살인 등 폭력적인 콘텐츠부터 문화적 차별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 은 이러한 유해 게시물 삭제 노동자들이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

도서 2024.11.13

읽다 만 <프랑켄슈타인>, 나를 위로해주다 만 메리 셸리

간밤에는 모기 네 마리를 연달아 잡고는 잠이 깨버렸다. 마음이 방황에 또 방황을 하다가, 지금 시간들을 버티고 견뎌내는 것이 어쩌면 하늘의 뜻일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고, 마침내 다시 잠들 수 있었다. 아침에도 영 마음이 어지러워 메리 셸리의 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각별했다. 배를 타고 떠나는 모험을 앞둔 화자가 누이 동생에게 보낸 네 통의 편지 부분은 특히 그러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데 다정한 친구가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느낌이랄까.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지만, 봄이 되면 날씨가 좋아지겠지. 그래도 올해는 봄이 유난히 일찍 온다고 하는구나. 아마 항해를 예상보다 일찍 떠날지도 모르겠어. 어떤 일도 성급하게 하지는 않으마. 다른 사람들의 안전이 내 손에 달려 ..

도서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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