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갈리지 않은 콩알,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에 부쳐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7. 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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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사는 간첩이 아니거든요


강사님께서 언제적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며 AI 챗봇 이루다(‘라는 것도 있었어요’라고 하셨다)를 운운하시는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나는 지금 홀든 콜필드를 흉내내고 있다.)

교사 집단이 인공지능의 ㅇ도 들어본 일이 없을 거라고 가정하지 않고서야, ... 각설하자.
(강사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강사님은 훌륭한 강의력을 지닌 분이셨다. 차라리 혹사 당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장학사 개인의 기획력 탓도 아니다. 이건 명백히 구조적인 문제이다.)



연수 기획에 시간이 좀 더 있었어야 했다.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과 조심해야 할 점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건 아주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2.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사시사철의 변화가 뚜렷한[했던...?] 한국에서 추위와 더위, 건기와 우기에 대비하며 살아가야 했던 탓일까,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세계 열강의 끊임없는 침략을 버텨내며 생겨난 근성 덕일까, 한국인은 변화에 강하고 자연히 유행에도 상당히 민감하다. 특유의 적응력이 공동체 의식과 만나, IMF도, 코로나 사태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언어는 어떠한가? ’어‘ 한 음절의 말로도 여보세요, 알겠어, 당연하지, 그래?, 너 정말 이럴 거야?, 잠깐만, 네가 여기서 왜 나와?, 그랬구나, 글쎄 이상하네, 이따 봐 끊어 등 참으로 다양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한류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3. 교육도 트렌디하게?


그래서 그런가, 진득함은 부족하다.
(뭐 나의 독서 습관만 봐도...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인가봉가!)

교육도 그렇다.

거꾸로 학습, 프로젝트 수업, 개별화, 디지털 러닝, ... 교육도 그때 그때 트렌드가 있고, 당해 연도 ’역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손바닥 뒤집듯 교육정책이며 슬로건을 바꾼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 도입, 디지털 교과서, 디벗 기기 배부, 최소성취 수준 보장제도, 서논술형 수능, 늘봄교실 등의 키워드가 맞물려 각종 정책(만삭 되지 못하여 나온 것 같은 정책들도 포함되어 있다)이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2024년 현재 각급 학교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마치 물은 부족하고 콩알만 너무 많이 넣은 두유제조기 속에서 하염없이 겉도는 모터와 같달까.



우리에게 잠깐 숨 고르기가 필요한 순간은 아닐까. 차분히 우리가 당면한 과제와 주요 현안을 살펴보며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매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해 가며, 서로를 집단적 정신분열의 위기에서 구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4. 어떻게 공부시킬 것인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는 효과적인 학습법으로 인출, 간격 두기, 교차하기, 변화주기, 반추, 정교화를 제시한다. 별 것 없다. 집어넣는 대신 꺼내고, 잊을 만하면 복습하고, 폭넓은 통합의 과정을 거치도록 서로 다른 주제나 기술을 교대로 학습하고, 학습한 내용을 서로 다른 맥락에 효과적으로 변형하여 적용하는, 아주 고전적인 내용들이다.
휴대폰을 일찍 들려줘야 밸리의 제왕(반지의 제왕을 패러디 한 것이고, 실리콘밸리라고 하기엔 각운이 맞지 않아 내맘대로 만들어낸 말이다)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검증된 교육방식을 애써 외면하는 듯한 교육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우리를 어디로 향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우리는 직시해야 하고, 응답해야 한다.

아이들을 실험쥐 취급해서도, 교사를 ...(너무 슬퍼서 적당한 비유를 떠올리고 싶지가 않다) 취급해서도 안 된다.







뭐랄까,
가성비 좋은 교육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K-교육의 전반적 수준 향상을 위해서도, 교육가족 개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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