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생각에 관한 생각>에 대한 생각 #2 - 학교의 성공 요인과 소수 법칙에 대한 반론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7.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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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꾸준하게 책을 읽고 있다. 아웅다웅 딸아이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 벌이던 전쟁은 함께 말씀 읽고 마음을 나누고 기도하는 예배의 회복을 통해 일단락 되었고, 나는 비로소 뭔가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되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소수 법칙에 관련하여 발췌한 문장들과, 이에 대한 나의 반론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p.172

  • 표본을 너무 작게 뽑으면, 결과가 운에 휘둘리고 만다.
  • 심리학자들은 예전부터 표본 크기를 정할 때 정확한 계산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판단을 이용하는데, 그래서 실수도 잦다.
  • 심리학자들이 흔히 표본을 너무 작게 선택하는 바람에 참인 가설을 확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무려 50퍼센트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p.175

  • 소수 법칙은 의심보다 확신을 편애하는 일반적 편향을 그대로 드러낸다.
  • 애초의 모집단과 거기서 나온 작은 표본은 서로 많이 닮았다고 믿는 강한 편향도 과장된 이야기를 만든다.
  • 연구원들이 고작 몇 번의 관찰에서 나온 사실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현상은 어떤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꽤 잘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후광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2장 어림짐작과 편향에서는 표본 추출의 오류로 인한 통계 오류를 지적하며, 소수 법칙을 소개한다. 표본이 적으면 극단적인 결과가 나타나기 쉬우므로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카너먼은 신장암 발병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대부분 인구가 적은 시골이며 공화당 지지 지역이라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평균치를 벗어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고, 실제로 시골에 살거나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은 암 발병률과 원인과 결과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카너먼은 성공적인 교육의 비결을 추적하는 연구 결과 가장 성공적인 학교는 평균적으로 소규모라는 내용도 인용한다. 학교의 규모, 즉 표집단의 규모가 작기에 평균적이고 '고만고만한' 성과 대신 극단적인[매우 형편없거나 혹은 해당 연구에서와 같이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서 의문이 들었다. 학교나 기업체, 혹은 어떤 집단은 단순히 '몰개성적인' 개인의 집합이 아니다. 오히려, 독자적이고도 뚜렷한 개성을 지닌 구성원의 집합이며, 이러한 개별자의 상호작용과 역동을 통해 성장과 퇴보와 같은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하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이다. 학교의 성공 요인에 대한 연구를 바라보는 카너먼은, 리더십과 조직 문화, 그리고 구성원 등 무형의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이전에 근무한 학교들과 현재 학교는 학급수 및 교직원 수 등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한 학년 8개 학급으로 크지 않은 규모의 혁신학교이다. 그런데 교육 내용이나 학교 조직 문화의 역동성 측면에서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효능감이 높고, 관리자는 감시자가 아닌 지지자의 역할을 하며, (때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왕성하고 다채로운 교육활동이 이루어진다. 학교 조직문화 형성 과정과 소통 구조 등 아주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만, <생각에 대한 생각>에서 제시하는 규모 담론과 연관지어 생각하자면, 규모가 크지 않기에 뜻이 있는 개인이 모여 영향력을 미치기 쉽고, 규모가 작아 기동력이 높다. 여기에는 물리적 규모뿐만 아니라 부서 대표 교사를 거치지 않고 교장 혹은 교감 결재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등 소통 구조의 간소화를 통한 무형의 규모도 포함된다.
 
따라서 내 생각에는(나는 또 황급히 결론을 내고 있다), 성공적이고 우수한 교육 성과를 거두는 학교에는 소규모 학교가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위 ‘으쌰으쌰 잘해보자’가 소규모 집단에서 통하기 더 쉽달까...?

한편 열명 이내의 소수 집단도 전혀 기동력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듯하다.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

 
 
 
오늘 글은 시작하기도, 이어나가기도, 맺기도 상당히 버겁게 느껴진다. 어쩌면 '고작 몇 번의 관찰에서 나온 사실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심리학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를 범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규모 외에 '다른 무엇'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확신을 증명할 만한, 좀 더 실증적인 요인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생각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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