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필승 글쓰기 수업 꿀팁 두 가지 더! (feat. 이처럼 사소한 것들)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7. 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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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다음 놀이기구로 향하는 인파 사이에서, 오늘은 첫 문장의 중요성과 상상력 제고의 측면에서 글쓰기 수업 꿀팁을 두 가지 기록해 볼까 합니다.



#1. 첫 문장에 대한 소고


아나운서분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초반 3분 안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할지, 채널을 돌릴지를 고민한다고, 그래서 방송을 기획하면서 첫 부분을 어떻게 열지 가장 고심한다고 하시더군요. 교사인 저에게 수업 초반을 잘 설계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려주고자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작가들은 첫 문장을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한다고 합니다. 책을 펴 들고 접하는 첫 문장, 첫 문단, 첫 페이지를 읽으며 독자는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갈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놀이공원의 소음이 어느 순간 잦아들고, 책 속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글의 첫 부분의 역할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방송인과 작가들이 첫 부분에 공을 들이는 것처럼, 너희 글의 시작도 매력적으로 만들어 보라고요.







미국의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시는 어느 미국 고등학교 선생님께서는 ‘Have you ever heard of ...?(~에 대해 들어보셨나요?)'와 같은 상투적인 문구로 시작하는 글을 받아 들 때 드는 생각을 이렇게 표현하시더라고요.

It makes me want to punch
a baby. (애를 한 대 치고 싶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물론, 절대 애를 치(고 싶어지)면 안 되겠죠^^; 하지만 틀에 박힌 글을 읽어야 하는 ‘고구마 백만 개’ 느낌은 익히 아는 바이기에 심정적으로 매우 이해가 됩니다. 학생들이 글 앞머리에 좋은 길을 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잘 닦인 길 위에 짐짝을 아무렇게나 올려놓고 싶은 학생은 없을 테니까요. 공들여 시작하게 하면, 글을 쓰기 시작하는 태도들이 사뭇 진지해집니다. 진지함이 빚어낼 훌륭한 결과물들을 상상하며, 교사는 미소짓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2. 상상력, 그리고 넛지에 대한 소고


In October, there were yellow trees. Then the clocks went back the hour and the long November winds came in and blew, and stripped the trees bare. In the town of New Ross, chimneys threw out smoke which fell away and drifted off in hairy, dream-out strings before dispersing along the quays, and soon the River Barrow, dark as stout, swelled up with rain.
- Claire Keegan, <Small Things Like These>

<Small Things Like These>를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재탄생시킨 홍한별 님이, 클레어 키건 작가에게 번역에 앞서 메일을 썼다고 합니다. 첫 문단을 어떤 느낌으로 번역하기를 바라는가 하고요.

키건은 강물에 몸을 던진, 임신한 소녀의 시체가 불어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썼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참 우습지요,



번역본 뒤에 소개된 역자 해설을 이렇게 읽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 재독을 할 때에는 책의 첫 부분이 그렇게만 읽히는 것 있죠. 누런 잎, 11월의 바람, 벌거벗은 나무, 굴뚝의 연기가 상징하는 바에 대해 작가의 의도를 바르게 읽으려고 애쓰면서 말이지요.

영화를 먼저 본 후 소설 <해리포터>를 펴 들면,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가 아닌 다른 해리, 헤르미온느, 론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읽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글쓰기 수업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예시글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백지가 아닌, 밑그림이 그려진 도화지를 받아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것은 일전에 말씀드린, 글의 서론-본론-결론 각 부분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미리 알려주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글의 구성에 대해 분석을 하며 글쓰기에 대한 메타인지를 함양하기 위해 예시글을 제공할 때에는, 적어도 주제가 다른 글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어떻게 운을 떼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학습자를 위해 훌륭한 첫 문장의 예시를 보여주는 등 넛지(nudge)를 제공하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어떤 학생의 아주 기발한 답변이 창발적인 생각을 촉진하게 된 것처럼요.








너무 재미없는 문장을 겨우 써두고 고민 중인 학습자에게 슬쩍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오전에 들은 유일한 말이다.
‘헤드셋 빼.’’

이런 거 어때?



하고요!



출처: 픽사베이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생들로 하여금 글을 공들여 시작하게 하자.
둘째, 다 떠먹여 주거나 보여주어 상상력을 제한하지 말자.
셋째, 멋지고 아름다운 생각들을 살짝살짝 찔러 넣어주자.






바이킹을 정복하고 온 아이들이 벌써 밥을 먹겠다 하여 자리잡았던 카페 한 구석에서 마지못해 나왔는데, 오히려 시원한 다른 구석을 찾아 글을 완성하였네요. 하루는 치과, 하루는 중고서점, 하루는 놀이공원. 올여름 저를 위한 맞춤형 피서지들입니다.

시원하고 기쁜 오후 시간 보내세요!



출처: 픽사베이



글쓰기 수업과 평가에는 교통정리가 필요해! - https://hn47749.tistory.com/m/351

글쓰기 수업과 평가에는 교통정리가 필요해!

혹시 지시 사항이 명확하지 않아 나름 고심하며 작업을 했는데, 상사가 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작업한 결과물을 모두 혹은 상당 부분 갈아엎어야 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알아서 해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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