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성찰록을 살펴보며 수업을 분석하는 중입니다. 보고서도 써야 하고, 세특도 써야 해서요. 작업은 참 더디고 지난하게 느껴지는데,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이러한 성장이 있었고, 저러한 어려움이 있었구나, 하며 크고 작은 발견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요.
수업 성찰록을 분석하며 발견한 몇 가지 사실을 공유해 드릴게요.
첫째, 힘들게 배우는 과정은 학생의 성장을 가져온다.
생각하는 수업은 영어실력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가 봅니다.
이 학생의 응답을 보실까요?
![](https://blog.kakaocdn.net/dn/djNSlR/btsILvDozIv/OHkQiFWPK5FjukMtst8C81/img.png)
영어가 '다사다난'한 수업이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어떤 학생은 영어수업을 '마라톤' 혹은 '다이어리'와 같다고 표현한 기억이 나네요. 너무나 힘든 경주를 마치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처럼, 이 학생도 순간순간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 모양입니다.
같은 학생의 다른 항목에 대한 답변에서도 이러한 배움의 기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H8mKQ/btsIMw9sO0v/edkVTysn4L9SFf3lqO47Yk/img.png)
어렵게만 느껴졌던 영어 시간에 점차 이해도가 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학생은 앞으로의 학습의 여정, 혹은 인생의 고난을 헤쳐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너무 화려하고 흥미진진해 보이는 수업만 추구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둘째, 협동학습은 수준이 높은 학습자와 낮은 학습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다음은 실력이 좋은 학습자의 답변입니다.
![](https://blog.kakaocdn.net/dn/JXQ9A/btsILjwdt9g/PKtIHgkQCmyBNcdkWwAHB1/img.png)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말로 설명을 해주는 과정에서 기존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정교화하고 더 좋은 답을 찾아가게 되었다며 학문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네요.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배운다는 점은 과연 틀린 말이 아닌가 봅니다.
한편 다음은 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습자의 답변입니다.
![](https://blog.kakaocdn.net/dn/t5WHE/btsINbX0kr9/xjP0on8kU9Pi0XDixRQX70/img.png)
모둠원들이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줘서 모둠활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진술하고 있네요. 그러면서 왼쪽에, 모둠 친구들과 토의를 하며 자신이 생각해낸 창의적 답변을 추가해 넣기도 했고요. 실제로 이 친구가 기발한 응답을 한 것이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하여, 학급 학생들이 창발적인 사고를 왕성하게 하게 되었답니다. 제가 '00아, 진짜 창의적이다!' 하며 학생의 답변을 전체 학생들과 공유하던 순간 학생의 멋쩍으면서도 자랑스러워하던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모둠 활동을 통해 학생의 이해력과 사고력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높아질 수 있네요. (물론, 모둠활동을 신중하게 설계해서 운영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효과적인 모둠활동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지요.)
셋째, 적절한 디지털 활용 수업은 학습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
다음 학생의 답변을 보시면, <6월 11일>에 수업했던 내용이 제일 기억에 남았노라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읭?' 했는데, 곧 '아~' 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ZrkoT/btsIJUcIVxK/1PttNJSN4SPdheJxdTBeLk/img.jpg)
![](https://blog.kakaocdn.net/dn/bT7dS0/btsILyTUmOq/2c9cPM4bKP8Nx0WrvA4qLk/img.jpg)
패들렛에 매시간 종료 전에 기록한 학습일지를 살펴보며, 자신의 학습 경험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거든요. 온라인 툴을 활용해서 매일의 학습 일지를 기록했기에 기억력이 비상하지 않아도, 꼼꼼하게 자신의 학습지를 챙기지 못하는 학습자도, 자신의 학습 이력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디지털을 적절히 활용하면 자기 관리 능력 등 학습력을 제고할 수 있겠네요.
한편 이 학생의 답변에서, 힘겨운 배움의 과정의 발자국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옆 친구들은 사각사각 연필소리를 열심히 내고 있는데 아무것도 쓸 수 없었을 때 심정이 어땠을까요. 게다가 문단의 서론 본론 결론의 구성요소라는 생소한 개념을 배우자니 머리가 적잖이 복잡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힘겹고 막막한 순간이 있었을 텐데도 영어수업을 1:1 과외 같다고 표현한 학생의 따뜻한 마음과, 그리고 함께 한 동료 선생님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잠시 눈물을 글썽입니다.
![](https://blog.kakaocdn.net/dn/91H3l/btsIK7CMW5J/AuhIgPdHbVXKRSRMVa7S3k/img.png)
차근차근 수업을 기록하니 좋습니다. 성찰은 좋은 것이네요.
더운 날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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