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누가 마약동아리 회장에게 마약을 쥐어주었나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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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동아리 학생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뉴스를 좀 더 검색해 보다가 생각에 빠집니다. 물론 잘못했죠. 잘못이 큽니다. 절도에, 집단 성행위에, ...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들을 아주 아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학생들만 비난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층간소음 이야기부터

 
제가 사는 아파트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몇 달째 엘리베이터 앞에 층간 소음을 줄이자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망치로 찍듯 쿵쿵거리며 걷지 말고 실내화 착용을 일상화하자는 문구가 붙었다가, 낙서가 적혀 있는 등 훼손되면 즉시 새로 붙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센스 없이 까치발로 살금살금 걷지 않는 입주민만 탓할 일일까요? 제 말씀은, 일반적인 걸음 소리도 아주 크게 울려퍼지도록 아파트를 허술하게 만든 시공사의 책임을 우리는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러스트 = 연합뉴스] 일러스트 또한 밝은 배경색을 통해 윗집 사람들에게만 시선이 쏠리게 표현되어 있다.

 
 
 
 
 

누가 우리 대학생들에게 마약을 쥐어주었나

 
마약동아리 사건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건의 마약을 우리나라 사회에 들어오는 일을 주도하거나, 방조하거나, 눈감아준 사람들의 이름은 막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서, 저는 마음이 찜찜합니다. 그 학생들이 직접 마약을 제조하거나 밀반입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한국이 어느샌가 마음만 먹으면, 돈만 있으면 가 닿을 수 있는 곳에 마약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가 되었으며, 이것이 우리가 처한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오늘 버스에서 마약을 하지 말자고 호소하는 캠페인을 보면서도, 제 입에서는 한숨만 나왔던 까닭이기도 합니다.
 
 
 

 
 
 
 
 
 
 

훈제 청어의 오류

 
이런 오류를 <논증의 기술>에서는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오류, 혹은 훈제 청어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관련성이 없거나 부차적인 주제를 끌어들여 주된 주제로부터 주의를 흩뜨리는 것. '훈제 청어'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금방 흥분시키기 쉬운 쟁점을 가리키며, 따라서 '훈제 청어'가 제시되면 사람들이 자신의 주의가 어떻게 흩뜨려지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 앤서니 웨스턴, <논증의 기술> p.249 

 
 
우리는 명철하게 사고하며, 마약이 한국 사회에 만연하게 된 더욱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고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약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유통되는 원인을 근절하기 위해 함께 애써야만 합니다. 막상 문제의 원인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막힌 하수구의 윗부분만 아무리 청소해 보아야 소용이 없고,
과자류만 잔뜩 준비해놓고 과자를 무절제하게 먹는 아이만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마약동아리 사건을 과연 명문대생의 개인적 일탈로만 조명하는 것이 정말 적절한지,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와 우리 청년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밤입니다.
평안한 밤과 새 아침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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