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오랜만에 뒷목이 뻐근하지 않습니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잠시 눈을 감고 쉬고, 저녁 온라인 연수를 들으며 잠시 단잠에(^^;;) 빠져들었더니, (물론 다리에 힘이 없고 약한 몸살 기운 같은 것이 있지만) 몸이 상당히 가뿐합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반가운 사람들의 소식, 응원의 눈빛, 잠깐의 도움의 손길, ... 아주 작은 무언가가 우리로 하여금 순간순간을 견딜 힘을 보태주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요인이, 뭔가 잘 안 굴러가던 수업의 분위기를 전환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1. 오늘의 협동학습 - 인터뷰 질문 만들고 답하기
교과서 본문을 읽고 각 인물에게 인터뷰 질문을 만들어보고, 본문의 단서에 대한 추론을 통해 해당 인물의 입장에서 답변을 해보는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교과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학습지를 모둠별 협동수업으로 운영한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협동학습이란 것이 참으로 별 것 없습니다. 일단 혼자 한 번 읽어보거나 풀어본 후, 짝꿍이나 모둠원과 함께 정답의 단서를 찾아보도록 하거나 요약 정리를 하는 등 문제해결을 함께 해보도록 시간을 잠깐 부여하면, 소통과 협력이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정답을 잘못 찾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좋습니다.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서 밝혔듯, 인지의 균형이 깨지는 경험을 통해 각인이 되어 장기적으로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난다고 하니까요.)
2. 적극적 협동학습 - 전문가 집단
활발하고 분위기가 좋은 학급에서 위의 활동을 진행한 방식입니다. 소제목을 협동학습의 '잘된 예'라고 할까 하다가, 잘 되고 못 되었다기보다, 서로 다른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최적의' 방법들인 것 같아 그저 '적극적' 그리고 '소극적' 버전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먼저 전문가 집단을 활용한 적극적 협동학습 사례입니다.
2.1. 질문 영작하기
모둠별로 같은 질문을 생성하고 답변도 함께 영작 해보라고 했습니다.
2.2. 전문가 양성
그런 후에 각 모둠원에게 번호를 부여하여 네 명의 인물(주인공, 코치, 선배, 관중)을 한 명씩 맡아 다른 모둠원과 교실 한쪽 구석에서 질문을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일곱 개 모둠에 주인공, 코치, 선배, 관중을 한 명씩 맡았으니 교실 네 귀퉁이에는 일곱 명이 모여 서로 질문을 공유했지요. 물론 더러 빈손으로 온 친구들은, 공유하는 대신 배우고 오면 됩니다. 공유한 질문 중 가장 좋은 질문을 학습지에 적어 원모둠으로 돌아오도록 했습니다.
2.3. 전문가가 되어 모둠원 가르치기
원모둠에 돌아와 주인공, 코치, 선배, 관중을 맡은 학생 순서대로 적어온 좋은 질문을 공유하고, 다 함께 답변을 영작해 보도록 했습니다. 교사는 안 적고 다른 이야기 하고 있는 모둠이나 학생 곁에 가서 '누구까지 질문 공유했나요?' 하고 진행을 돕는 말을 해주거나, 번역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아이들에게 약간의 도움을 제공해 주면 됩니다.
2.4. 확인 및 정리하기
그런 후에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답을 하기 까다로운 질문은 없었는지, 같이 영작해보면 좋겠는 표현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며 정리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일일이 질문을 교사가 짚어주며 답을 하나씩 영작해줄 필요가 없어지고, 학생들은 잘하든 못하든 서로에게 선생님이 되어주고, 좀 시끄러운 가운데 실은 더욱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나지요.
3. 소극적 협동학습 - 대표 집단
3.1. 질문 영작하기가 잘 안 되고 있음을 파악하기
모둠별로 같은 질문을 생성하고 답변도 함께 영작 해보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진 같습니다. 아니 때론 다릅니다. 질문을 만들기 시작하는 대신 창체 시간에 했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학원 숙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없이 물끄러미 자신의 학습지만 쳐다보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교사가 개입하여 역할 분담을 해주면 조금 시작 할랑 말랑 하기도 하지요. 이전 반과 동일한 시간이 경과했을 때 학습지의 빈칸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뭐 그럴 때도 있지요. 어떻게 맨날 수업이 잘 될까요. 하지만, 이럴 때 위의 2.2.번처럼 큰 모둠으로 모였다가는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 길로 그날 장사(교사들 사이에서 '수업'을 지칭하는 은어입니다.)는 접어야 됩니다. 빠른 상황 판단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3.2. 대표 집단 운영하기
칠판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Coach, Player, Ethan, Spectator 역할을 위에 적은 후 각 모둠에서 가장 글씨체가 좋은 (명필샘 납시던, 행복한 협동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학생 한 명이 나와서 모둠이 작성한 질문을 각 영역에 대표로 적도록 했습니다. 모든 학생이 칠판에 동시에 나오도록 할 수는 없으니까요. 모둠별 혹은 역할별로 돌아가며 나와서 쓰도록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요. 일반적으로는 일곱 명이 동시에 칠판에 질문 네 개를 적는 것도 제법 시끌벅적하지만, 질문을 수합하느라 조금 늦게 나오는 모둠도 있고, 질문 네 개가 다 채워지지 않아 한두 개만 적고 가기도 하여 적당히 시차가 발생합니다. 아무도 적지 않은 네 번째 영역(주로 처음부터 문제 해결을 시작하다가 학습지의 마지막 부분까지 집중력이 유지되지 않아 남겨진)에는, 모둠 대표가 아니더라도 간혹 답이 적혀있는 학생에게 좀 적어달라고 요청합니다. 학급 전체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고맙다고 하면서요. 말이야 맞지요, 구원투수잖아요. :)
3.3. 대표의 모델링을 통해 학습하기
칠판에 적힌 질문을 한 가지씩 살펴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질문을 모둠원과 함께 한 가지 골라 학습지에 적도록 합니다. 서로 마음에 드는 질문이 다른다며 난색을 표하는 모둠도 있네요. 답을 함께 영작하면 용이할 것 같아 같은 질문을 선택하도록 했다는 의도를 알려주고, 다른 질문을 적어도 전혀 상관없으니 편하게 하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3.4. 정리하기
함께 또 따로 질문에 대한 답을 영작해보도록 하고, 질문을 받으며 정리합니다. 다행히 얼추 비슷한 시간 동안, 같은 분량의 진도를 조금은 다른 방식이었지만 그래도 협동을 통한 학습을 유도할 수 있었지요.
학습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협동학습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협동학습은 협동학습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배움이 일어나면 되는 것이니까요. 오늘 작은 위기탈출을 통해 저의 교사로서 역량이 조금 더 길러진 것 같습니다.
평안한 밤과 기쁜 새 날 맞이하셔요.
https://hn47749.tistory.com/m/253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한 욕망에서 벗어나기, 그리고 가치 교육 (21) | 2024.08.25 |
---|---|
실수를 통해 수업 분위기 형성의 힌트를 얻다 (53) | 2024.08.22 |
토요일 밤, 중독자의 발견과 미소 (납량특집 아님) (30) | 2024.08.18 |
눈물의 여와.....ㅇ 말고 눈물의 여교사 (34) | 2024.08.17 |
탕후루 챌린지가 불편한 것은 나 뿐인가? (30) | 2024.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