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상실과 불안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요소 중 하나로 믿음의 상실을 이야기 한다. 내세에 대한 소망이 없어져서 유한하고 한시적인 생애에 걸쳐 부와 권력을 붙잡고 쟁취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따라서 이 시대의 불안이 더욱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기대의 좌절에 따르는 위험은 내세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더 심각해졌다.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영원한 삶의 짧은 서곡에 불과하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성공이 영원한 삶을 배경으로 보면 순간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질투심으로 흐르는 마음을 다독일 것이다.
그러나 내세에 대한 믿음이 과학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유치한 아편에 불과하다고 해석해버린다면, 성공하고 자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압박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이고, 그것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 알랭 드 보통 <불안> p.70-71
죽음에 대한 생각과 삶의 의미
그리고 썩어질 것들에 대한 불안이 아닌 영원에의 소망을, 죽음을 앞둔 이반 일리치에게 투영된 톨스토이의 고뇌와 통찰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기독교적인 죽음의 경고memento mori의 훌륭한 전통 안에 자리잡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세속적인 것보다 영적인 것을, 휘스트와 저녁 파티보다 진실과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만일 톨스토이가 우리의 관심의 대상을 완전히 바꾸어버리는 죽음의 힘을 잘 이해했다면, 그가 이 중편을 쓰기 불과 몇 년 전에 자신의 유한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맥락에서 자신의 삶에 의문을 제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톨스토이는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을 살핀 기록인 <참회록Ispored>(1882)에서 <전쟁과 평화Voyna i mir>와 <안나 카레리나Anna Karenina>로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은 뒤인 쉰한 살 때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치나 신의 가치를 따라 산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를 따라 살았으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강해지고,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불안한 욕망을 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중략)
결국 그의 의문을 가라앉힌 답은 신이었고, 톨스토이는 여생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하여 살게 된다. 톨스토이가 인생의 의미의 위기를 맞아 찾아낸 기독교적인 해법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의 회의적인 여행은 익숙한 궤도를 따르게 된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의 더 진정한, 더 의미 있는 길의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 같은 책 p.272에서 발췌
아이의 불안
자신의 쓸모없음에 대해 통곡하며, 자괴감과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를 앉혀 놓고 상담을 한 일이 떠오른다. 아이에게 나는, 자신이 지금 모습 그대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설득할 수도, 손을 붙들고 기도해주지도 못하였다.
복도에 우두커니 있던 모습을 보고도 불러 잠시 이야기 나누지 않은 것을, 이제와 통탄한다.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교육
아이들의 불안에 대해 무언가 해야만 한다.
제인 오스틴과, 오노레 드 발자크와, 토머스 하디와, 조지 엘리엇을 공부하여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여 존귀한 사람은 아닐 수 있음을 들려주어야 하고,
페르메이르와 토머스 존스, 반 고흐가 깨달은, 별 것 아닌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의 감사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이 땅에서 너무 소중하고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네 인생을 쥐고 흔들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임을, 너무 못나 보여도 충분히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주어, 아이들이 불안한 욕망에서 해방되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랬어야 했다.
세상의 선은 역사적으로 거창하지 않은 행동들 덕분에 확장되기 때문이다.
- 같은 책 p.175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너먼의 평균 회귀 이론에 대한 교사의 반박 (피드백의 중요성) (42) | 2024.09.01 |
---|---|
역할극 수업 진행을 위한 아이디어 #3 - 루브릭을 정교하게 만들기 (15) | 2024.08.27 |
실수를 통해 수업 분위기 형성의 힌트를 얻다 (53) | 2024.08.22 |
적극적 vs. 소극적 버전 - 협동학습도 안성맞춤으로 (33) | 2024.08.21 |
토요일 밤, 중독자의 발견과 미소 (납량특집 아님) (30) | 2024.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