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는 <생각에 관한 생각> 중 인과관계 와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기록을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드는 생각은, 논리와 통계는 그 자체로 온전하지 않으며, 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은 평균 회귀에 대한 대니얼 카너먼의 주장을 읽으면서 더욱 공고해졌는데요, 평균 회귀의 개념과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서술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평균 회귀란
평균 이상의 결괏값 다음에는 평균 이하의 결괏값이, 평균 이하 다음에는 평균 이상의 기록이 나와 결과적으로 '평균'이라는 수치가 형성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평균 회귀의 개념입니다. 이러한 이론을 도출하는 시발점이 된, 카너먼의 반박의 대상이 된 공군 비행 교관의 일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열띤 강연이 끝나자 경험이 풍분한 교관 한 사람이 손을 들더니, 자기만의 짧은 강의를 시작했다. 잘했을 때 포상하는 방식이 새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공군 사관생도에게는 최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가 한 말은 이렇다. "생도들이 곡예비행을 깔끔하게 끝내면 자주 칭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기술을 다음에는 더 못하는 겁니다. 반대로, 생도들이 못했을 때 이어폰으로 고함을 지르면 다음에는 대개 더 잘하더군요. 그러니까 포상은 효과가 있고, 벌은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사실은 그 반대니까요." (중략) 교관은 당연히 평균보다 훨씬 잘한 생도만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 생도는 그날만 운 좋게 잘했을 수 있고, 따라서 그가 칭찬을 받았든, 안 받았든 나중에는 더 못할 확률이 높다. 같은 이치로, 교관은 생도가 평소보다 못했을 때만 이어폰에 대고 고함을 질렀을 테고, 따라서 생도는 교관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다음에는 더 잘할 확률이 높다. 교관은 무작위 과정에서 으레 생가게 마련인 변동을 인과관계로 해석한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 p.266~267
2. 평균 회귀 이론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대니얼 카너먼의 평균 회귀 이론이 불완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대니얼이 '코칭'의 효과를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1.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 높은 수행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먼저 카너먼은 '그 생도는 그날만 운 좋게 잘했을 수 있고, 따라서 그가 칭찬을 받았든, 안 받았든 나중에는 더 못할 확률이 높다'고 논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론의 잘못된 적용을 거듭하던 생도가 어느 순간 '제대로 된' 적용을 하게 되었을 때, 교관이 그 지점을 짚어주면서 생도의 비행기술의 질적 향상을 이끌어낼 확률도 있다는 점을 교관도, 카너먼도 간과하고 있습니다.
제가 발레 학원에서 경험한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앙오 자세를 할 때 팔꿈치가 안쪽으로 모이지 않고 양옆을 향해야 하며, 손의 위치가 정수리가 아닌 이마 위쪽이라는 사실을 설명을 들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내가 그런 이론을 적용하여 완성도 높은 자세를 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팔과 손의 각도를 이리저리 조정해보는 시도를 하다가 적절한 위치를 찾은 그 순간 '바로 그 자세예요.'라는 선생님의 칭찬이, 학습자가 앙오 자세에 대한 '감'을 익히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향후에도 앙오를 바르게 표현할 확률이 높아지겠고요. 평균치에 비해 높은 수행을 해내는 순간의 칭찬이 없다면, 그것이 옳은지 틀린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다른 자세를 시도하고 심지어 이러한 오개념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2. 교정적 피드백은 성취를 돕는다
한편 카너먼이 '교관은 생도가 평소보다 못했을 때만 이어폰에 대고 고함을 질렀을 테고, 따라서 생도는 교관의 행동과는 무관하게 다음에는 더 잘할 확률이 높다'라고 논증한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반박을 시도해 봅니다. 수행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지 않거나, 지난 번의 성공을 가져온 요인을 구현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망각한 상태의 생도에게 교관이 이어폰에 대고 소리친 말들은 단순한 비난의 말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기체의 고도를 조절하라던가, 날개의 평형을 더 잘 유지하는 법에 대한 '코칭'을(제가 비행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예시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해주었고, 이것이 생도가 정신을 가다듬고 비행에 집중한 결과 더 나은 수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높]다는 것입니다.
이런 확언이 가능한 이유는, 교사로서 교정적 피드백을 통해 글쓰기, 말하기 등 수행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학습자의 모습을 관찰해 오기도 했고, 학습자로서 코치의 조언에 따라 새끼발가락과 엄지발가락, 그리고 뒤꿈치를 땅에 단단히 붙이고 있을 때 플리에 자세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되는지, 혹은 조언에 따라 너무 떠있던 손목을 아래로 낮추었을 때 건반을 실패하지 않고 누르는 데다가 더 무게감 있고 정성스런 음을 표현하는 일이 가능해지는지를 몸소 경험해왔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수행에 대한 교정적 피드백이 없이는, '우연히' 더 나은 방법을 터득하게 될 확률이 높지 않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은 후의 일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저의 결론은, 적절한 긍정적 및 교정적 피드백을 제공할 때 카너먼의 평균 회귀의 법칙을 넘어 우상향 곡선의 평균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카너먼의 평균 회귀 이론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평균 회귀 이론을 기독교 교리으로 승화시킨 버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 전도서 7장 14절 말씀
오늘 형통하셨나요? 곤고한 날이 올지 모르니 옷깃을 여밉시다.
오늘 곤고하셨나요? 내일은 형통하시기 바랍니다.
주와 동행하므로, 점점 더 형통하시기 바랍니다.
내일 저희 학습자들에게 명철한 정신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어서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오늘도 평안한 밤과 기쁜 새 날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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