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치 판단과 대니얼 카너먼의 시스템 1 & 2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8. 3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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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카너먼은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자동 반사'와 같은 사고 과정을 시스템 1,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신빙성 있는 근거를 통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시스템 2라고 명명하였다.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시스템 2를 적극적으로 구동할 때, 오류가 적은 판단을 내릴 확률이 커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오늘 나는 이것을 가치 판단의 영역에 대입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가치 판단을 할 때 오랜 숙고의 과정 없이 즉시 가동되는 것은 나의 이해관계 혹은 단기적 손익에 대한 계산(시스템 1)이다. 한편 좀 불편하기도 하고 인내하며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타자와 공동 선(善)에 대한 고찰, 혹은 장기적 발전에 대한 고려(시스템 2)이다.
 
 
 
어떤 정책이 추진되거나 소멸됨에 있어, 사람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나의 입지나 영향력, 혹은 나의 내집단의 안위에 도움 혹은 위협이 되는지를 잽싸게 계산해보는 것이다. 본능과 직관에 의존하는 태도, 즉 시스템 1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의문을 던지며, 어떤 사안에 대해, 각종 의사결정을 앞두고 '교육적으로 옳은가'를 고민하는 것은 가치 판단에 있어서의 시스템 2이다. 오늘 내가 고뇌한 지점은, 내가 '교실의 회복'이라 믿으며 종일 나눈 말들과 행동들이 실은 '나의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과 맞닿아 있지는 않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예시에 해당하고, 과연 실효성이 있고 적절한가?, 본질적 해결책에 가까운가?,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배제되는 집단은 누구인가?,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인가? 등  실로 다양한 질문이 가치 판단에 있어서 시스템2의 활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또한 잊지 않고 새기며, 또 우리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 지점은, 시스템 2 가동의 결과 내린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며, 나의 주어진 상황과 기준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 할지라도,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비슷한 내용과 깊이의 시스템 2 사고 과정을 거친다 할지라도 저마다 사고의 결과값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때로는 너무 오랜 기간이 소요되어 당장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고, 기간이나 비용, 기술력 등 제반 여건과 관계 없이 무엇이 더 나은 판단이었는지 명확한 평가 자체를 내릴 수 없는 사안도 적지 않기도 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의 판단에 대해 겸손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우유부단하고 비겁해 보이는 모습을 견지하게 된다.
 
기도하는 이유이다.
 
교육이 정치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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