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러브콜, 기대심리, 그리고 교사를 위한 결정적 순간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9. 2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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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콜


최근 러브콜을 몇 차례 받았습니다. 수업 관련 협업, 수업 컨설팅, 학교 축제 교사 공연팀 등 주로 학교 및 교육 관련 일인데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러브콜이었지요. 바로, 아마추어 콩쿨을 나가보지 않겠냐는 발레 선생님의 제안이었습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발레 콩쿨이라니. 90세에 아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여호와의 음성에 사라가 어찌 빵 터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3월이면 화장실도 갈 새 없이 바쁜 시기인데 콩쿨 준비를 한다는 것은 비현실성을 넘어 망상에 가까운 발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지요.

그런데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따라 맨날 틀리던 바(Bar)나 센터 동작 순서도 틀리지 않고 제법 잘 수행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어요? (참고로, 전 학습이 느린 편이어서, 맨날 마지막 그룹 순서 다음에 다시 한 번 해보는 나머지 그룹의 고정 멤버이거든요.)

무언가, 너무 현실과 거리가 먼 상상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아주 작은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 저를 집중하게, 그리고 수행을 잘 하게 만든 것입니다.







수행수준의 견인차, 교수자의 기대심리


그러고 보니, 모든 수강생들에게 발레 콩쿨을 제안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저의 눈을 자주 응시하시며 생각해 보라고 제안하시는 선생님의 눈빛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00님은 특별히 잘 하는 수강생에 속하니까 콩쿨반을 모집할 때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저를 우등 수강생으로 여기고 있다는 선생님의 기대와, 콩쿨에 실제 출전해서 지젤과 비슷한 무대의상을 입고 안무를 해내는 제 모습에 대한 (우습지만) 즐거운 상상(그리고 좀 더 깊은 의식 세계에서는 연극, 댄스 공연이나 워십 공연 등 즐거운 추억에 대한 회상)이 학습자인 저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주었고, 수행 수준 향상을 이끌어낸 것이지요.

제가 월, 화요일의 강도 높은 운동으로 인해 신체 컨디션은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높은 수행 수준이 마음가짐과 기대심리의 결과임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교실의 학생들도 그런 것 같습니다. ‘너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의 눈빛은, 학생으로 하여금 기량을 발휘하거나 향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향한 기대심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패배의식에 빠져있을 때보다 성공적인 수행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도전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교사를 위한 결정적 순간


이떄, 실제 성공의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 학습자가 열패감을 느끼지 않도록 교사의 세심한 배려센스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순간이 수업의 장기적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결정적 순간’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학생이 불완전하거나 틀린 답변을 했을 때 이를 ’그게 아니지.’ 하고 쳐내지 않고 잘 받아 처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질문을 통해 정답을 유도한다거나,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훨씬 좋은 답이 될 수 있는지를 조언해주는 등이 그 예이지요. 틀린 답을 말한 학생들이 민망함을 느끼지 않도록 제가 종종 하는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뭘 알아야만 헷갈릴 수도 있다고 했죠? 괜찮아요. 배움의 과정입니다.


어설프고 불완전한 상태이지만 무얼 알고 있는 상태이니까 비슷한 오답을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면, ‘정답을 모르는’ 상태를 ‘곧[혹은 언젠가]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물살의 방향을 틀어주면, 선순환이 시작되기 쉬우니까요.



출처: 픽사베이








발레리나를 상상하다가 저는 어느샌가 수업 이야기로 와버렸네요. 깔때기 이론이라고 하던가요. 뭐 어쩌겠나요, 평생 해왔기에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인데.







평안한 밤과 새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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