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일류의 조건> 독서일기 #2 - 몰입을 위해 화살을 한 개만 쥐어주기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0.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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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 조건>에서는 숙달의 원리를 잘 담고 있는 작품으로 <쓰레즈레구사>라는 일본 중세에 지어진 수필집을 한 챕터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중 ‘초보자는 화살 두 개를 동시에 쥐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화살을 믿고 첫 번째 화살을 성의 없게 쏘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활쏘기 스승의 말을 인용합니다. ‘믿는 구석’이 생기면 집중과 몰입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집중을 방해하는 ‘믿는 구석‘에 대한 경험담과 해결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1. 믿는 구석 관련 경험담


1.1. 연습실을 두 시간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


최근 슈만의 <헌정> 피아노 연주 녹화를 했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정한 녹화본은, 연습실 사용 종료 시각을 5분 남겨 두고 마지막 한 번의 연주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야 나올 수 있었습니다.

(늘상 연습하던 피아노에 비해 미 플랫 음이 뻑뻑하여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핑계로) 곡의 첫 부분만 10번 정도 실패를 거듭한 것을 포함하여, 전체 찍은 영상이 37개나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컷 잘 연주하다가 틀리고 또 틀려 멈추고 다시 시작하기를 거듭하였는데요, 여기에는 지우고 다시 촬영하면 된다는 저의 방만한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손을 풀고 부분 연습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한 시간이나 있었기에 저는 제대로 된 몰입을 한 시간 동안 미룬 것이지요.







1.2. 다음에 학습지 검사를 받아도 된다는 생각


저는 학습자들이 압박감을 가질까봐, 그리고 좀 더 생각을 하며 학습지를 완성할 시간을 부여해주고 싶어서 오늘자 학습지를 검사할 때 ’다음 시간에 검사를 받아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관찰하게 되기도 하는 현상은,  물론 (당일 검사할 때보다 조금 더) 충실한 학습지를 검사하게 되기도 하지만, 더러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어설프더라도 학습지 작성을 시도할 만한 학생들이 다음 시간에도, 그다음 시간에도 아예 검사를 받지 않기도 하더라는 점입니다.

’다음 시간에 검사받아도 된다’는 말이 사실상 ‘지금 안 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교사로 인해 허용된 ‘미루는 습관’이 학생의 ’낮은 자기관리 역량‘에 더해져 결과적으로 고착화된 불능의 상태를 낳기도 하는 것이지요.



2. 화살을 한 개만 쥐어주기


어떤 일이 느슨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 개시에 앞서 제한 사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의 경험담과 연관지은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2.1. 횟수 제한하기


다음 번 피아노 연주 녹화를 할 때에는, 최대 녹화 횟수를 제한한 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30초 이내에 틀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주의 기회는 단 세 번만 허용하기로 약속을 한다면, 위의 사진처럼 휴대폰 저장공간을 (한시적으로나마) 잡아먹을 필요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남았을 때 부랴부랴 연주하는 것보다 오히려 연주의 수준이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한편,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학생 산출물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함에 있어서도 교사의 소진을 막기 위해 아주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언제고 몇 번이고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학생들은 산출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완성도가 매우 낮은 중간 단계의 산출물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을 받기 위해 교사를 찾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덜 적극적인 다른 학생들은 아예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교사는 지칠 대로 지치게 되지요. 그래서 제출하기 전 피드백은 딱 한 번(혹은 여력이 되신다면 두 번)만 받을 수 있다고 제한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2.2. 기한 정해놓기


최종 기한을 정해 놓는 것도 집중과 몰입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학생들에게 학습지 작성 완성도를 높일 기회를 부여하면서도 미루는 습관을 형성하지 않도록 하는 방편으로 ‘다음 시간[혹은 이번 주]까지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라고 공지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언젠가 내일의 내가 하겠지’하는 태만한 마음가짐 대신 ‘남은 수업시간 3분 동안 조금이라도 더’ 해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오늘은 집중과 수행을 방해하고 미루는 습관을 형성하는 ‘믿는 구석’에 대한 일화와 이에 대한 해결 및 (수업중) 적용 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쌓인 설거지는, 내일 꼭 해결해야겠습니다. ^^;



평안한 밤과 새 날 맞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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