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수업 중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6가지 방법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1. 22. 08:54
728x90

몸도 아프고 마음도 괴로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특히 어제오늘은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조에 달했다.
일단 몸이 지나치게 바빴다. 과정중심수행평가를 '잘' 진행하기 위해 120명에 달하는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을 하느라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열댓 명씩 줄을 서서 아우성쳤다. 쉬는시간 내내 줄서서 기다리다 피드백을 못 받고 돌아가는 학생들에게도 미안했고, 교무실이 북새통을 이루게 된 통에 시험문제를 출제하시는 다른 선생님들께도 적잖은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불편해졌다.
피리 부는 소년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홈베이스 공간으로 이동해서 진행하긴 했지만, (쉬는 시간 10분 안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먼저 줄 서려고 달려와서 운집한 아이들로 소란스러운 복도의 소음까지 해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나대로 죽도록 힘들게 일하면서 욕까지 먹을까 봐 염려하게 되는 상황이라니, 마음이 더없이 괴로웠다.
 

나는 무엇을 했어야 했나

 

 

 

 

 

 1. 피드백 횟수를 제한하기

1명당 2번까지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120명의 학생에게 1분씩만 시간을 들인다고 해도 120분의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피드백을 2번씩 주기로 했으므로 내가 할애해야 하는 시간은 총 240분이다. 이 중 1/5 이내에 해당하는 학생들만이 수업시간 내에 피드백을 1회 정도 받았으므로 50분 정도의 시간을 제하면 3일 동안 190분의 쉬는시간 및 점심시간을 내야 했다.
일과시작 전 10분, 쉬는 시간 총 50분, 점심시간 40분을 더하면 하루에 낼 수 있는 최대 시간은 100분이긴 하나, 나도 화장실도 가야 하고 수업 들어갈 준비도 해야하고, 물도 마셔야 한다. 게다가 총 3일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몰려든 것은 어제 하루종일과 오늘 오전이었다. 150분 동안 190분에 감당할 업무를 수행해야 할 때의 심적 압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1명의 학생에게 1분 이내에 모든 피드백을 주기가 어렵다.
1인 2회의 피드백은 현실적이지 않은 자충수였다.

 

2. 학급별, 번호별 학생 방문 시간을 사전 분배하기


A반 짝수번 학생은 수요일 오전, 홀수번 학생은 오후 이런 식으로 나눌 수 있었다. 그랬다면 서너 개 학급 아이들이 한 데 섞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구조화해서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수업량유연화 과정 운영 관련 논의, 방학식 교직원워크숍 진행 계획 수립과 진행, 시험문제 출제 및 검토 등으로 나는 폭풍같은 주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대안을 모색하고 합리적 해결책을 찾을 여유는커녕 물 마실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
게다가 세 개 학급의 제출일이 같은 날 같은 시각이었다. 다른 선생님께서 맡으시는 반과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출일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했다. 오늘이 바쁜 날이 될 것은 예상하고 있었으나 그 강도가 이렇게 높았을 줄이야.

 


3. 동료피드백을 통해 1차 점검을 거친 후 교사 피드백 제공하기

학생들이 나에게 동료피드백을 거친 후 오도록 구조화를 하여 내가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120번 반복하지 않아도 되도록[혹은 적어도 반복 횟수를 줄이도록] 했어야 했다. 워낙 의도는 그러했는데, 수행평가 일정이 바빠 동료평가는 강조하거나, 혹은 수업 중 시간을 부여할 수 없었다. 크나큰 패착이었다.

(피드백을 1회로 제한했더라면 학생들도 카드를 아끼기 위해 심지어 동료평가를 자발적으로 실시했을지도 모른다!)
 
 

4. 공통되는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강의하기

아직 에세이의 구조를 숙지하지 못한 개별 학생을 대상으로   도저히 안 되겠어서 나중에 수업을 진행하게 된 반에서는 논제문장, 주제문 등에 대한 공통된 안내를 강의 형태로 전달했는데, 이러한 반에서조차 강의한 내용을 본인의 글에 적용하지 못한 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에세이를 처음으로 배워보는 고1 학생들이기에 이것은 학생들의 잘못은 아니다.
 
 

출처: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zFSo6bnZJTw?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tent=creditShareLink

 

5. 도움을 받기

이게 가장 잘못했고 가장 아쉬운 지점이다. 튜터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짐을 졌더라면, 나의 수고는 최소 1/2 가량 줄어들 수 있었다. 주 채점자가 2명, 함께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 3명 총 5명의 피드백 내용이 각각 달라 이것이 학생의 점수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되어 주 채점자는 검토 및 피드백 제공을 진행하고, 영어회화 전문강사 선생님과 튜터 선생님들은 영작을 도와주기로 역할 분담을 했는데, 사실상 학생들이 영작을 집에서 미리 해왔거나, 영작을 시작할 단계가 아니어서 세 분 선생님들께서 크게 활약하기 어려우셨다. 사태가 파악이 되었으면 급히 역할 분담 내용을 수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처음 몇 학생에 대해 내용을 함께 보면서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과 초점에 대한 논의를 거쳐 개요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면, 훨씬 일이 수월해질 것이다.
 
 

6. 기타 사항

 - 지속적 의견조율을 통해 점수 제공 기준 논의를 통해 반별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므로 제출 시간 변경을 하거나, 제출한 후 서면피드백을 주는 방식도 가능해지도록 하여 감당할만한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했어야 했다.
 

7. 요약


우리는 늘 문제 가운데 살아간다. 문제가 들이닥칠 때마다 수동적으로 매몰되어 있기보다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 실천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진단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생각해야 한다.
 
살기 위해, 생각하자.




2023.6.16.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