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에 복종하는 동안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위의 질문은 에밀리 A. 캐스파라는 심리학자가 연구를 통해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책을 집필하는 동기가 된 질문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세상에 집단 학살과 같은 끔찍한 행위가 벌어지는 이유를 신경과학의 입장에서 밝히고, 이에 대한 예방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캐스파 박사의 연구 목적입니다. 그리고 극악무도한 일을 행하고도 '그냥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랐을 뿐이에요.'라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폭력의 가해자들의 뇌를 연구하지요.
명령의 힘
결론적으로, 우리가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는(혹은 '복종'하는) 동안, 책임감과 주체의식을 관할하는 뇌의 영역의 활동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심지어 잔혹하게 살해하는) 행위를 하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현상은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는 상황에서도 적용이 된다고 하네요. 반드시 일방적이거나 고압적인 명령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명령은 제안과 설득, 혹은 충성심에의 강조를 통한 세뇌와 같은 형태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요. (무척 소름이 돋기도 하는 부분이지요)
중간관리자를 통해, 혹은 집단적으로 어떤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도모하면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책임의식을 나눠 가지게[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게 되며] 따라서 죄의식이 덜하거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에는 무단횡단을 하는 법이 거의 없는 사람일지라도 여럿이 함께 있을 때에는 무단횡단을 하게 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행동인 동료의 압박이 일종의 명령으로 작용하는 상태이겠지요.
이렇듯 타인의 고통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수 없는(공감할 수 없는) 상태는 극악무도한 학살행위에만 적용되는 논리는 아닌 듯합니다. 집단 따돌림, 조직의 부패, 각종 범죄에의 가담 및 동조 행위 등이 모두 명령을 주고 받는 행위를 둘러싸고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책임 분산' 현상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임을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네요.
참 슬픈 일이지요? 인간은 참으로 악할 뿐인 것 같습니다.
한편, 이렇게 집단에 동조하는 경향성은 우리 인간 본연의 습성이고 이를 통해 공동체가 유지, 발전되기도 한다는 점을 캐스파 박사는 분명히 강조합니다. 책임의 분산은 곧 협력과도 연관이 되는 개념이니까요.
교육과 훈련의 힘
한편 캐스파 박사는 책에서 군대와 같이 위계질서가 강한 집단에서도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 '높은 주체의식'을 느끼는 상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체성을 지니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사례를 주위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책임감 있는 결정을 해나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https://v.daum.net/v/20250122143109038
https://www.youtube.com/watch?v=egyRt2tf3is
https://youtu.be/_V0xogk-p-c?si=ctHa-wJJDw6NsNC3&t=616
자랑스럽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자율적이며 선한 판단을 해나갈 수 있는 미래 세대 양성 방안을 늘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 싶고, 저부터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밀리 A. 캐스파 <명령에 따랐을 뿐!?> 독서 일기 #3 - '그들'이라는 용어 금지 캠페인을 벌여 볼까요 (5) | 2025.01.25 |
---|---|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일기 - 하지만 (1) | 2024.12.24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섬뜩한 눈이 내린다 (41) | 2024.12.20 |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전에 <작별>을 먼저 읽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38) | 2024.12.19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 전에 <작별>을 읽어야 하는 이유 (46) | 2024.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