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솔교사로서 가는 수학여행(이라는 용어가 아직은 소규모 테마여행이라는 말보다 먼저 튀어나온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여행 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책 두 권과 블루투스 자판기, 그리고 뜨개실과 코바늘을 챙겨 갔다. 말동무가 필요해서 내 옆에 다가오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독서를 할 수는 없었기에, 책 두 권 중 한 권은 고스란히 들고 왔고, 나머지 한 권도 30쪽 내외를 간신히 읽고 돌아왔다. (물론 책장을 앞뒤로 넘겨가며 천천히 그리고 상세히 읽긴 했다.) 종일 아이들과 함께 한 후 야간 지도의 의무도 이행해야 했고, 차분히 매일의 기록을 남길 시간도 체력도 없었기에 자판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이따금씩 배드민턴이나 족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살피거나, 아이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응대하면서도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