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시절에는 20~30년 교직 생활 한 분들이 그저 타성에 젖어 노력하기를 포기한 분들인 것만 같았다. 아이들에게 관심 있고, 수업 준비 열정적으로 하는 나만 세계 최고 교사인 줄 알았다.
요새는 신규들이 더 잘해서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돼.
라는 말씀이 미숙하고 어린 신규 교사를 다독여 주시려는 목적의 일종의 클리셰인 줄은 꿈에도 몰랐고, 업무나 수업과 관련하여 이리저리 말씀하시는 것은 죄다 듣는 둥 마는 둥했다.
내가 선배가 되어 후배 선생님들께 똑같은 말을 해보니, 또 그럴 때 후배 선생님의 눈빛을 관찰하니, 15년 전 내가 떠올랐다.
세상에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나이들어감을 기뻐하자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이며 지혜가 늘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축하해야 한다.
부담임으로서 금요일 학급 캠프를 지도하다가 벌어진 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더욱 느끼게 된 사실이다.
누적된 분노로 인해 친구의 얼굴을 가격한 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를 달래고, 두려움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를 끌어내며, 자연스럽게 화해의 지점과 방법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참으로 많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대화가 막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던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쌓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 상담 기술의 향상뿐만 아니라 나도 수많은 실수와 실패, 좌절을 경험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진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빼앗지 말자
이렇게 경험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는 많은 것들에 대하여, 우리는 교육자로서, 어른으로서 마음에 새겨야 할 부분이 있다.
도박, 마약, 흡연 등 중독과 관련되어 시작 자체를 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생활 습관 형성하기, 자신만의 학습 방법 찾기, 불화와 갈등, 소외 등을 몸으로 경험하며 내적 성숙을 이루고 인간관계 기술을 습득하기 등 실패와 좌절을 맛보며 성장하도록 지켜봐 주어야만 하는 분야들이 분명히 있다.
빨리 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 공식을 알려주기 전에, 작은 갈등으로 힘겨워하는 자녀 대신 학교에 전화하여 싸워주기 전에, 우리는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딛고 조금 더 단단해진 두 발로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결론
우리는 수많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자라 간다.
세상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쳐가며 배울 수 없기에 독서를 통해 배우기도 하고, 조언 및 컨설팅을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삶에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자 및 부모라면, 아이들에게도 실패와 성찰을 통해 성숙을 이룰 기회, 혹은 여지를 주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한편, 애드센스 실패에도 불구하고 글을 한 편 완성한 나를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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