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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피아노 조율하시는 사장님이 조율할 때 되지 않았느냐고 메시지를 주셨는데, 답을 하지 않았다.
일단 연락 주신 시점이 월급이 들어오기 전이라 통장이 비어있었고(학년말 업무의 강도와 배달음식비용 카드값은 비례하게 마련이다), 또한 재작년에 이어 수험생일지도 모를 이웃을 배려하여 가운데 페달을 밟고 작은 소리로 연습해야 할 것 같았기에, 조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월급이 들어온 후에도 어영부영하다가, 그만 답변드릴 시기를 영 놓쳐버렸다.
올해는 사장님께서 메시지 대신 전화를 주셨다.
잠시 고민하다가 받았다.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조율 약속을 잡았다.
다행히 지난번 조율 때 손을 많이 봐둔 상태여서, 두 번 정도 음을 잡으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지난번에 얼마에 해드렸지요,
10만 원이오.
15만 원으로 올랐는데, 인상되기 전 가격으로 해드릴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12만 원을 입금해 드렸다.
인상 전 가격으로 해주겠다는데 왜 더 보냈냐며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물가는 오르는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생각, 작년에는 일할 기회도 안 드렸던 것, 그리고 고단한 뒷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기에 저녁에 3만 원을 더 입금해 드렸다.
올해는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하며, 나를 좀 더 돌보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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