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천하의 헤밍웨이일지라도 여섯 단어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친구들이 내기에서 실패하도록 만들었다는 문장이자, 글이라고 한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상태의 아기 신발을 판매를 위해 내놓았다니.
신발을 신기지 못했던 이유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아기가 신발을 신어보기도 전에 죽었거나, 어떤 사정이 있어 아기를 급히 입양 보내게 되었거나, 아니면 이삿짐 정리를 하면서 어딘가에 잘 넣어두었던 새 신발을 마침내 찾았을 때는 이미 작아져 신길 수 없게 되었거나, 선물 받은 아기 신발이 많은데 막상 미세먼지가 많거나 추워 바깥에 나갈일은 거의 없어서 일부가 새것인 상태로 남아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아기'라는 용어를 조금 더 확장하여 사용한다면) 세일할 때 조금 큰 신발을 사두었는데 이미 취향이 생겨버린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하여 신겨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예쁜 여자 아기가 태어나기를 소망해서 분홍 신발을 사두었는데 왕자님이 태어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옆으로 퍼지지 않고 봉긋한 배 모양이며, 입덧을 할 때에도 고기보다 채소가 당긴 것으로 보아 분명 여자아이일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 했는데 이를 어찌한담!
판매를 하게 된 경위도 죽은 아기를 기념할 신발을 팔아야 할 정도로 돈이 부족했[해졌]을 수도 있고, 대청소를 하다가 집이 비좁아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다.
매리언 울프가 <다시, 책으로>에서 언급하였듯 이 짧은 문장을 읽으면서도 고통, 안도감, 죄책감, 희망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생겨난다.
좋은 작가는 이렇게, 간결하고도 무심한 듯한 문장에 너무도 탄력성이 있어 한없이 커다랗게 부풀어오를 수 있는 생각과 감정 주머니를 장착해두는 능력을 지녔다. (한편, 온갖 수식어로 한껏 펼쳐 보인 나의 수준 낮고 너낌 없는 문장을 보라!)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과 속성을 효과적이고도 함축적으로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는 정말 정교한 생각의 도구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사고와 깊이 있는 몰입을 유발하는 좋은 텍스트를 선정하는 것은 성공적인 글쓰기 수업의 필수 요건이다. 게다가 좋은 텍스트는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좋은 글쓰기의 모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 ㅎㅎ
(ChatGPT야, 나는 다 읽진 않았어도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이 그냥 그렇던데... 그래. 일단은 다 읽어보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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