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매리언 울프가 상기시켜 준 연극의 매력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2.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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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든 여러 굵직굵직한 사건과 경험들이 있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손꼽아 보라고 한다면 단연 대학시절 경험한 영어연극반 활동이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지는 연극(물론 모든 장면에 내가 등장하지는 않으나) 공연을 위해 대사를 외우면서 영어실력이 좋아졌고, 발성을 훈련했으며, 자연스러운 몸짓 기호와 다양한 상징을 체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감 및 이입 능력이 길러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The Quality Street>의 세 자매 중 맏언니인 노처녀 Ms. Susan이자 반항기 가득한 학생(아마 이름이 Sam이었을 것이다. William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이 되어야 했고, <The Witness for the Prosecution>의 다혈질의 중년 남자 변호사 Sir Wilfrid Robarts가 되어야 했다. Robarts가 내가, 내가 Robarts가 되기 위해 얼마나 고함을 치고 호통을 쳤던지, Wilfrid 연기에 몰두해 있던 그 시절에 나의 다혈질 성향이 더 공고히 형성되고 발현되었는지도 모른다..;;
 
 
 

출처: Wikipedia

 
 
 
 
매리언 울프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연극은 가장 몰입감이 큰 '옮겨가기' 방식인 읽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일을 겪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이때 우리는 타자를 내면의 손님으로 맞습니다. 때로는 우리 자신이 타자가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다시 자신으로 돌아올 때 더욱 확장되고 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바뀌어 있습니다.
-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중에서





출처: 교보문고 인터넷서점에서 캡처




 
이러한 몰입의 경험은 정서적 성숙을 유도하여 '인간다움'의 면모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치유의 능력까지 발휘하는가 보다.
같은 책에 소개된, 버클리에서 연극을 공부한 교사에게 찾아온, 난치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소녀의 일화가 이를 입증해 준다.
 
 

소녀는 낭포성섬유증을 앓고 있었고, 병세가 악화되어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던 거지요. 그 교사는 소녀에게 배역을 맡겼습니다. (중략) 그녀는 그 뒤로도 셰익스피어 작품의 여주인공을 차례로 맡아 연기를 해나갔고 점점 감정의 깊이와 힘까지 깊어졌던 거지요. (중략) 지금은 의학과 연극을 함께 전공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인생에 대해 확장된 경험을 하면서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명확하고, 간절하고, 그리고 정열적으로 표출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옮겨가기'의 경험이 강력한 치유의 힘을 발휘했다는 점에, 나는 무릎을 쳤다.
 
 
 
정말이지 별 것도 아니었던, ‘업사이클링 사례를 검색하여 2~3분짜리 상황극으로 발표해 보기' 수행평가를,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너무도 유익하고 즐거웠던 활동으로 기억했던 이유가 이제 조금 이해가 된다.
 
 
 
어두운 무대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나를 비추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첫 장면 첫 대사를 읊던 기억도 떠오른다.
 

Welcome, to Quality Street.
Quality Street is...

 
 
 
학생들과 영어연극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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