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의 열쇠, 비판적 사고력

 
 
 
원인을 잘 파악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1. 화장실 바닥에 버려진 휴지뭉치

 
전에 근무한 학교에서 시설 청소를 담당하시는 분께서 아이들을 비난하시며, 화장실 바닥에 휴지를 둘둘 말아 버리는 행위를 좀 못하도록 지도를 해달라고 재차 요청하셨다. 담임 선생님들께서 반복적으로 훈화 말씀을 하셔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여사님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옆에서 관찰하다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짓궂은 장난을 하느라, 혹은 심지어 청소하시는 분을 괴롭히기 위해 휴지를 뭉쳐서 버린다기보다는, 화장실 칸마다 휴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1번"이 아니라 "2번"인 경우, 얼마만큼의 휴지가 필요할지 막상 뒤처리를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가늠할 수가 없기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넉넉한" 양의 휴지를 챙겨가야 할 것이었다. 적당히 가져갔는데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것은 이미 아주 난감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넉넉히 준비해 가서 남은 휴지가 어쩌다가 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것을 손으로 주워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들 것 같긴 하다. 게다가 혹여 바닥에 떨어진 그것이 여분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만큼의 휴지였다면, 여사님의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휴지를 줍는 일보다, 뒤처리를 할 방안을 고민하는 일이 당연한 우선순위가 될 것 같다.
 
그래서 화장실 칸마다 휴지를 비치해두면 어떻겠느냐고 제안드렸다.
 

출처: pixabay

 
 
결과적으로, 여사님의 불편함도, 학생들의 불편함[혹은 의도하지 않은 만행]도 (없어지지 않았다면) 줄어들었던 것 같다.
 
여사님께서 바닥에 떨어진 휴지 뭉치에 대해 입버릇처럼 하시던 하소연을, 다시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 여사님 입장에서는 칸칸마다 휴지의 상태를 확인하셔야 하는 새로운 번거로움(?)이 생겨났을 수는 있겠구나.)
 
 
 
 
 
 
 
 

#2. 수도세와 물비누 디스펜서

 
어느 건물의 수도세가, 비슷한 상주[유동] 인구를 보유한 다른 건물에 비해 많이 나온다면, 단순히 물을 헤프게 쓰는 사람이 그 건물에 많이 분포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하기보다는, 수도꼭지 혹은 변기가 고장이 났을 가능성을 상정해 보는 편이 문제 해결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그런데 예상외로 다른 곳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수도 있다. 비누 디스펜서에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누가 분사된다거나, 혹은 비누의 점도가 높아 어지간히 씻어서는 비누기가 잘 가시지 않아 전반적 물 사용량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각도로 문제 현상을 들여다보고, 주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력과 인과관계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하다. 의외로 엉뚱한 곳에 X맨이 있을 수 있다.
 

출처: pixabay

 
 
 
 
 
 
 

#3. 눈을 감고 있던 아이는,

 
영어 교과, 혹은 학습 전반에 대해 아픈 기억이 있어 자신이 해석할 차례에 아이가 눈을 감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은, 잘못된 것으로 일단은 판명이 났다.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니, 요청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다리와 허리를 다쳐 복용하고 있는 독한 약으로 인해 잠이 와서 그랬던 것이고, 영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 아이가 어쩌다가 허리까지 다치게 되었을까!
 
그런데 아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안심하기에는, 아이는 잠이 든 상태가 아니었고, 또 대화 중 다친 이유를 물을 수도 있었을 타이밍에 아이에게서 읽은 아주 작은 긴장감, 그리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을 때 조금 과도하다 싶게 보인 밝은 반응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출처: pixabay

 
아이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리고, 기초학력 저하, 공감능력의 부재, 학교폭력, 교권침해, 출산율 저하 등 교육현장과 우리 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하여, 각각의 X맨들을 잘 찾게 되기를 소망한다.
 

출처: pixabay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문제들의 원인을 조금은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조금이라도 잠깐이라도 공부해야겠다. :)

 
 
자기가 셜록 홈즈라도 된 줄 안 교사의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