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6 - 엄밀함의 추구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3. 1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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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무너진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거의 독파를 앞두고, 읽을수록 '인쇄본'으로 재독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에서는 디지털 위주의 빠르게 내용을 파악하는 읽기 방식과, 종이책으로 의미를 신중히 새기며 읽는 방식 모두에 능한 독자, 즉 '양손잡이 읽기 뇌'를 균형있게 보유한 독자를 길러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종전의 어법과 구문분석 중심의 교육을 벗어나 의사소통에 중심을 둔다고 어법 설명을 죄악시하던 6차 교육과정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의사소통 기능뿐만 아니라 정확성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7차 교육과정이, 그리고 2022 개정교육과정이 발표되고 꾸려지는 모든 과정 또한, 균형을 잡아가려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던가!
 
인공지능 시대, 주의집중력을 아주 효과적으로 산산이 흩뿌리는 끊임없는 자극과, 필시 우리를 질식하게 만들고야 말 것 같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다 이해해 알고 있는 것 같고, 대강 이러이러한 뜻인 것 같은데 '아니면 말고'인 상태를 벗어나게 돕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엄밀(嚴密)함에의 추구는 균형 잡힌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키워드일 것이다. 
 
 
 
깊이와 엄밀함에 대해 숙고하며, 수업 진행에 있어서도 얼마만큼의 엄밀함을 추구하게 된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법 설명을 통해 내용을 정확도 높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과,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 보고, 서로 다른 의미에 대한 숙고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 그리고 학습 일지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올해 나의 수업에서의 엄밀함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1. 어법 설명

 
명사절을 이끄는 접속사 that이 생략된 것이죠, 하는 대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을/를' 앞에 붙는 품사는 목적어죠. 목적어에는 명사가 위치하고요. 그런데 '나는 신을 믿는다'처럼 목적어가 하나의 단어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나는 영어가 어렵긴 하지만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처럼 주어와 동사를 갖춘 문장이 목적어의 자리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영어에서도 가능해요. 그리고 이렇게 명사의 자리에 위치하는 문장, 다른 말로 '절'을, 뭐라고 부를까요? 네. 명사절. 그래서 명사절이라고 불러요.
그렇다면 명사를 꾸며주는, 마치 명사를 꾸며주는 형용사처럼 역할하는 절을?
그렇죠. 형용사절.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다소 복잡한 구문의 주어와 동사를 찾아가며, 다른 색깔로 절을 표시해 가며 이해하는 과정을 학생들은 생각보다 흥미로워했다. 
 
 

Parker J. Palmer의 책 발췌문을 읽으며 학생들과 구문 분석을 한 결과

 
 
 
생각을 해보면, 나도 학습을 할 때 그냥 앵무새처럼 외우기만 하던 명사절, 형용사절, 주관대, 목관대의 근원이나 이치를 탐구해 가는 과정이, 제법 흥미로웠던 것 같다. 
 
 

학생들이 학습 일지에 작성한, 어법 설명에 대해 보인 우호적 반응

 
 
 
1) 친숙한 어법 설명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아니면 단순히 2) 학기 초의 마법일 수도, 혹은 활동식 수업 이후의 3) 차분한 정리 과정이 주는 안정감일 수도 있다. 아, 그리고 어법 분석은 정확한 이해와 사용을 위한 것이고, 어법 문제는 절대 정기고사에 출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을뿐만 아니라 선배들로부터도 익히 들었)기에, 학생들이 엄밀함을 추구하는 어법 설명 과정에서 4) 순수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2. 다양한 가능성과 차이에 대한 숙고

 
내가 엄밀함을 추구하는 또 다른 방식은, 뚫린 빈칸에 하나의 답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탐구해 가는 과정, 그리고 각 표현이 생성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어감에 대해 논하는 과정이다.
 
 

 
 
조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지만,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미래는 낙관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인터뷰와 설명을 담고 있는 글을 함께 읽으며 배움의 목적에 대해 고찰할 때,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필자가 선택한 단어는 '지식(knowledge)'이지만, 성적, 권력, 능력 등 학생들이 말한 다양한 답변은 오답이 아닌 '다른 훌륭한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때, 학생들은 더 의욕적으로 창발적인 생각을 쏟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남들이 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패배해도 자신만은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내용과 관련하여, win 외에도 성공하다(succeed), 살아남다(survive), 이기다(prevail) 등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win의 상대어인 lose를 생각해 내고, 적절한 어형을 찾으며, 각각 succeed, survive, 혹은 prevail의 상대어들을 생각해 보고 being killed와 dying이 줄 수 있는 어감의 차이에 대해 논해 보며 사고를 확장하는 것이다.
 
 
아주 잠깐이면 된다.
별다른 데 있지도 않다.
 
그런데 엄밀함의 추구는, 굉장히 중요하다.
 
 
 
 
 
 
 

#3. 학습일지 작성하기


제시문을 발췌해 주신 것도, 학습일지 작성도, 실은 동료 선생님들, 또 그 동료 선생님의 다른 동료 선생님들의 아이디어다.
(함께함이란 참으로 유익하고 또 기쁜 일이다!)
 
 

 
 
이제까지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오늘의 학습을 돌아보며, 향후의 학습을 계획하며, 학생들은 차곡차곡 연마를 통한 성장의 과정을 거친다. 모 학생의 학습일지도 차츰 엄밀해지는 것 같아 무척 뿌듯하고 기대된다.
 
 

출처: pixabay

 
 
 
 
내일의, 내일을 위해 엄밀한 수업준비를 위해 어서 자야겠다.
엄밀히 말하면 거의 오늘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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