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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짜여진 일정 가운데 무언가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생각이 결코 나올 수 없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또 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고 제법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나, 아름다운 생각들을 시도할 여력은 없는 상태.
우리에게는 사색의 시간, 비어 있는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그렇다.
맨날 도서관에서 엎어져 자던 나를 공부 좀 하라며 흔들어 깨워주던 친구가 떠올랐으나 읽던 책과 독서기록장을 덮고, 침이 한가득 섞여버린 마누카 프로폴리스를 입에 물고서, 잔뜩 땀을 흘려가며 일구어 놓은 상자 텃밭에 정작 내가 바라던 토마토는 심을 수 없었음에 속으로 입맛을 다시며, 가까스로 사수한 영역에 바질 모종을 속히 심으리라 다짐하며, 새로운 동작이 아닌 새로운 연결이었을 뿐인데 심히 무리가 온 발목과 무릎의 안티푸라민 냄새에 취해,
2024년 4월 3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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