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안전한 교실 만들기

글을써보려는사람 2024. 5. 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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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급에서 안전하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였습니다.
 
영어의사소통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이 소리 내어 영어 문장을 읽을 때, 뒤에서 피식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오늘은 특히 노골적이었죠. 영어에 자신이 없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용기를 내어 발표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만 같았습니다. 밤에 잠이 안 올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내일부터 영어 시간에는 차라리 그냥 엎드려 자는 척을 할까,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의 배움뿐만 아니라 전존재적인 자존감이 지속적으로 위협받는, 취약한 상황인 것이죠.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식, 소리가 또다시 들려오자마자 얼굴과 음성의 웃음기를 거두고 말했습니다.
 
 
 

방금 누가 웃었니?

 
 
 
수업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의도한 결과입니다.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소리가 난 쪽에 앉아있던 학생들은 아무도 안 웃었노라고 답했습니다. 예상한 답변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습니다.
 
 
 

오해했나보군요. 하지만 마치 누군가를 비웃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만한 소리가 지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잠자코 수업을 이어나갔습니다. 마침 오늘 읽은 지문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친구 사이에 대한 소설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두 인물의 사이가 어떤가요? 매우 친밀하죠.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압니다.
다 느끼고 있는 것이죠. 

 
 
조금 마음이 불편해지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났던지, 다른 반 학생이 복도를 지나가며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들이 제 눈치를 보다가 쿡쿡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맞아요. 같이 웃는 건 괜찮습니다.
그건 안전한 겁니다.
상대방도 나도 모두 같이 웃을 수 있을 때, 그때 웃는 겁니다.

 
 
 
한편, 다른 어떤 학급에서는 작품의 인물들처럼 친밀한 친구의 이름을 모두 써보라는 학습지 문항에다가 출석번호 1번의 학생부터 마지막 번호까지 모든 학급 일원의 성명을 적어 내려 가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그곳은, 안전한 공동체이니까요.
 
 

 
 
 
저는 밭일 하러 가려면 저녁식사를 든든히 해야겠습니다.
행복하고 평안한 주말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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