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갈등이 발생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한 직후에 교사의 태도와 역할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학생과의 관계의 질을 결정하고, 나아가 배움의 존속 여부 자체를 좌우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학교 내 갈등의 해결 방안으로서의 신뢰감 형성의 역할과, 문학 작품의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제가 가르치지 않는 학급의 학생인데, 호되게 꾸짖을 일이 있었습니다. 교무실 바로 앞 학생 휴게 공간에서 온 학교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영어로 된 욕설을 퍼부으며 놀기에 지도를 했는데, 그 후에도 멈추지 않고 또 그러더라고요. 다시 지도했죠. 이번에는 아주 무섭게요.
그 후에 학생은 복도에서 저를 마주칠 때마다 어쩔 줄을 몰라하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학생에게 (최선을 다해) 정중하게 목례를 했습니다.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지 네가 미운 것은 아니다.’는 메시지를 몸짓 언어로 전달하고 싶어서요.
신뢰감 형성하기
어제는 수업을 하러 가는 길에 그 학생이 다른 학생과 팔씨름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그 학생이 이겼지요.
그러고 나서 오후에 학생과 또 마주쳤을 때, 말했습니다.
팔씨름을 잘 하는 00이네.
학생은 아주 예쁘고 사랑스러운 학생들이 웃는 웃음을 저에게 지어 보였습니다. 그러면 된 것입니다. 학생이 앞으로 교무실 앞에서 들으라는 듯 욕설을 사용하는 일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한테 찍혔다,는 불안감이 안정감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요.
문학 작품을 통해 학습의 즐거움 느끼게 해주기
학교내 갈등 해소 방안을 위해 제시해드리는 두 번째 대안은 문학입니다. 소곤소곤 소극적인 반항아들, 기억하시나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역동 - 관성편 - https://hn47749.tistory.com/m/274
오늘 수업에서도 1)한 차례의 시도 이후 오늘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은 ’약간의 소근거림‘과, 2)부스럭부스럭 과자를 꺼내 먹다가 ’수업 시간을 존중해 달라는‘ 제지를 받는다거나, 3)자신의 생각을 쓰는 학습지 빈칸에 험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저에게 큰 소리로 읽어주는 등 아롱이 다롱이들의 활약(?)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든 종류의 반항을 멈추고 쥐죽은 듯 수업 내용을 경청하다가(학생들의 시선의 방향과 질감을 통해 명확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우 주의 깊게 수업을 따라오고 있었지요),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다며 큰 소리로 안타까운 웃음 소리를 내기도 하는(완전히 몰입을 한 증거였습니다!) 순간이 왔습니다.
혹시 비결을 벌써 눈치 채셨나요?
예, 문학작품입니다.
에,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영어연극반 출신의 교사로서~ 요즘 읽고 있는 문학 작품 각 장면의 각 문장을 엄청 실감나게 읽어주었거든요. 계속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면서요.
이야기의 즐거움을 통해 몰입을 하면서 학생들은 반항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거나, 그러기를 까먹었거나, 아니면 수업 좀 재미있는데 그까짓 거, 반항은 잠시 미루어도 괜찮겠다고 통 크게 생각했거나. :-)
문학작품은 아주 좋은, 학습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입니다.
그리고 배움이 깊거나 즐거운 순간에는, 타인을 괴롭히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됩니다.
수업이 좋아지면, 교실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교사가 수업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교육 전문가로서 교사는, 계속 정진할 의무가 있겠네요. 저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안한 주말 맞으세요.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년 하버드 사고력 수업>과 참회록 (30) | 2024.05.16 |
---|---|
역할극 수업 진행을 위한 꿀팁 (43) | 2024.05.14 |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역동 - 관성편 (46) | 2024.05.08 |
학폭 학생 대학 진학 어려워진다 (60) | 2024.05.05 |
안전한 교실 만들기 (75) | 2024.05.03 |